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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이야기 콩, 지구를 살리는 건강 식품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만약 우리나라에 콩이 나지 않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이 오랜 동안 우리에게 구황작물이자 값싼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콩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미식의 재료이자 수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콩의 오랜 별명은 ‘밭에서 나는 소고기’이다. 국제연합은 2016년을 ‘콩의 해’로 지정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영양가 높은 곡물로서 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뭄에 강하고 화학비료 의존도가 낮아서 인류의 식량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작물이 콩이라는 것이다.
콩의 원산지는 만주와 연해주로 알려져 있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옛 영토이다. 연해주와 한반도 사이에는 두만강이 흐른다. 두만강의 뜻을 풀이하면 콩이 가득 찬 강이다. 콩 수확이 끝나는 가을이면 콩 자루를 실은 배들이 이 강에 가득했다는 데에서 이 강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을 만큼 우리의 콩 재배 역사는 길고 오랜 세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콩을 섭취해 왔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한 해 콩 소비량은 8kg으로, 쌀과 밀 다음이다.

한국 요리의 기본이 되는 발효 소스인 된장과 고추장은 백태를 주재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간장과 된장
콩은 한국을 비슷한 동북아시아에서 더 각별한 식재료이다. 바로 장(醬) 문화 덕분이다. 우리의 전통 요리는 된장, 간장, 고추장이라는 세 가지 발효 소스를 토대로 한다. 그 중 간장과 된장은 백태, 소금, 볏집에 햇볕과 바람, 시간이 더해져서 탄생한다.
간장과 된장의 주 원료인 메주를 만들려면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 백태를 하루 동안 물에 불린 다음 시루에 쪄서 식힌다. 막 쪄내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노란 콩은 아이들에게는 한 해 한 번 메주 빚는 날만 먹을 수 있는 구수하고 향긋한 별미였다. 식힌 콩을 절구에 듬성듬성 찧어 둥글게 또는 네모지게 집마다 내려오는 방식으로 메주를 빚는다.
메주를 찧을 때와 빚을 때의 강도는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의 촉감에 의지한다. 너무 곱게 찧거나 너무 밀도가 높게 빚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메주 내부가 썩게 된다.

 

위에서부터 팥빙수의 재료인 팥, 빈대떡의 재료인 녹두, 두부의 재료인 백태, 콩자반의 재료인 서리태, 밥을 화려하게 변신시키는 강낭콩이다.

우리 요리에서 정확한 계량을 떠나 ‘손맛’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 것도 어쩌면 모든 요리의 기본인 메주 빚기의 성패가 손맛에 달려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메주를 잘 빚어야 그 해 장맛이 좋고, 장맛이 좋아야 그집 음식 맛이 좋은 것이다. 더 나아가 장맛이 좋아야 인심이 좋고 복이 든다는 오랜 옛말도 있다.
정성껏 빚은 메주는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하도록 따듯한 방에서 며칠 널었다가 밝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볏짚으로 매달아둔다. 봄이 오기 전, 바짝 마른 메주를 소금, 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킨다. 두어 달에 걸쳐 잘 발효된 내용물의 국물이 간장, 건더기가 된장이다.
집집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주부가 해마다 장을 담그던 전통은 이제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대부분 사먹는다. 판매되는 장류로는 지방의 유명 종가가 그들 방식으로 담근 것에서부터 대형 식품회사가 생산하는 공장제품까지 가격대와 품질이 다양하다. 선택은 소비자의 가치관과 경제력에 달려 있다. 손쉬운 두부 요리 콩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두부이다. 두부는 불린 콩을 갈아서 끓인 다음 체로 걸러 얻은 두유를 무기염류로 응고시킨 결정체이다. 그대로 칼로 먹기 좋게 잘라서 양념간장을 뿌려 먹어도 되고 각종 찌개에 넣어 먹기도 한다. 뜨겁게 달군 팬에 참기름이나 들기름, 식용유를 두르고 소금만 뿌려 구워내는 두부부침은 훌륭한 밥 반찬이다. 필자가 맛 본 것 중에서 특이하면서 맛이 좋았던 것은 산초기름에 구운 두부다. 산초의 아린 맛이 두부의 순한 맛과 잘 어울렸다. 강원도 원주나 충북 제천의 두부 전문 음식점에서 맛 볼 수 있다.
서울에서 맛있는 두부 요릿집을 찾는다면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황금콩밭을 추천한다. 국내산 콩을 써서 직접 당일에 만드는 두부로 요리하는 곳으로, 미식가들이 손꼽는 두부 맛집 중 한 곳이다. 두부부침과 두부버섯전골이 일품이다. 이 식당에서 담근 시원한 막걸리는 요리와 잘 어울리는 반주이다.

우리의 콩 이야기는 간장 된장에서 밥, 반찬, 디저트로 종횡무진 이어진다. 한 해 콩 소비량이 주식인 쌀과 밀 다음으로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콩밥에서 팥빙수까지
가을 첫 서리가 내리고 난 후 수확한다고 해서 서리태라고 부르는 검정콩은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수퍼푸드이다. 껍질은 검지만 속살은 밝은 녹색이다. 요즘은 백태보다 서리태에 더 영양이 풍부하다고 해서 백태 대신에 서리태로 두부를 만들기도 한다. 서리태를 불려서 쌀과 섞어 밥을 지으면 은은한 자색을 띤 윤기도는 콩밥이 된다. 불린 서리태를 삶아 참기름과 올리고당으로 조미한 간장에 졸여 볶은 참깨를 넉넉히 뿌려 만드는 콩자반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밑반찬 중 하나이다.
우리의 전통 떡 중에 요즘에도 인기가 높은 인절미가 있다. 좋은 찹쌀을 불려서 찐 다음 떡메로 쳐서 차지고 잘 늘어나는 반죽으로 만든 다음 적당한 크기로 끊어내어 고물을 묻힌 떡이다. 인절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고물이다. 찐 콩을 채반에 널어 보송보송하게 말린 다음, 팬에 살살 볶아서 가루 낸 것에 소금과 설탕을 알맞게 넣어 간을 맞추면 콩이 낼 수 있는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 고소한 콩고물이 된다. 물론 요즘에는 이렇게 집에서 인절미를 만드는 경우는 드물고 떡집마다 아침이면 갓 만든 고소한 인절미가 건강식으로 잘 팔린다.
단팥죽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인사동의 전통찻집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겨울 별미이다.

인절미의 맛은 고소하고 달콤한 콩고물이 좌우한다.

여름철에는 이 메뉴를 시원한 팥빙수가 대신한다. 두 가지 다 팥이라고 부르는 붉은콩을 주재료로 한 달콤한 디저트이다. 인사동에서 골목길을 걸어 이동할 수 있는 낙원동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떡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앞서 이야기한 인절미 뿐 아니라 각종 콩을 푸짐하게 넣어 찐 여러 가지 떡을 맛볼 수 있다.
이렇듯이 우리의 콩 이야기는 간장 된장에서 밥, 반찬, 디저트로 종횡무진 이어진다. 한 해 콩 소비량이 주식인 쌀과 밀 다음으로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두툼하게 썬 생두부에 볶은김치를 곁들인 ‘두부김치’는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김진영 (Kim Jin-young, 金臻榮) ’여행자의 식탁(Traveler’s Kitche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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