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닮은꼴 음식:
새해, 한 살 더 먹으면서 즐기는 세계의 생일 음식
케이크도 좋고, 생일 선물도 좋지만, 사실 생일 아침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끓여준 미역국 한 그릇을 먹을 때만큼 생일을 실감하는 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해도 맛있는 즉석 미역국을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미역국은 뭐니 뭐니 해도 미리 물에 불려두었던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걸쭉해질 정도로 푹 끓여야 제 맛이 나죠. 소고기, 홍합, 황태 등 그 무엇을 넣든 시원하고 깊은 맛이 배가됩니다. 오죽하면 ‘미역국은 먹었니?’ 같은 생일 인사가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 국가대표 생일 음식이죠.
면을 사랑하는 중국에서는 생일에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면을 먹습니다. 이때는 보통의 면 요리와 달리 국수가 하나로 쭉 이어져야 장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잘 끊어지지 않도록 주로 굵은 면발을 썼지만, 요즘은 가는 면발로도 끊어지지 않게 잘 뽑아냅니다. 특이한 건 장수면 위에 고명으로 계란 두 개를 꼭 올린다는 건데요. 보통 식당에 가서 주문할 때 생일이라는 것을 알리면 특별한 장수면을 만들어 서비스하기도 합니다.
생일 음식이 한 끼의 식사인 한국, 중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습니다. 어떤 재료로도 변신이 가능한 크레페입니다. 얇고 바삭하게 구운 반죽에 생크림과 과일, 초콜릿, 잼 등 갖가지 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먹는데 맛이 비슷할 것 같지만 가게에 따라 조리법이나 만드는 모양, 식감 등이 달라 프랑스에서는 크레페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가게도 많습니다.
브라질도 특별한 디저트를 먹으며 생일을 축하합니다. 초콜릿 과자인 브리가데이루를 만들어 선물하는데 주재료인 초콜릿과 작은 공 모양 때문에 특히 어린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연유, 버터, 초콜릿 가루, 코코넛 가루 등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입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오토’라는 음식을 먹는데, 삶은 계란과 매쉬드 얌, 야자 열매의 기름인 팜유를 써서 만듭니다. 삶은 계란을 그대로 또는 여러 조각으로 잘라 노란 반죽 위에 가지런히 얹어 생일 아침에 먹는 음식입니다.
새해 첫 날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한국인들은 어찌 보면 생일이 두 번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각자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고, 새해 1월에는 세계 각국의 생일 음식을 먹는 것으로 2020년을 힘차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