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최대 박물관으로 알려진아르세니예프 박물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블라디보스크는 우리에게 생소한 도시였습니다.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나 ‘러시아의 동진을 반영한 근대 도시’라는 정보를 역사책을 통해 접한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이곳은 최근엔 먼 역사책에만 존재하는 도시가 아닌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 중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나라의 역사가 뒤엉킨 블라디보스토크에는 1945년 연해주 일대 탐험가 아르세니예프를 기념하는 러시아 극동 최대 향토 박물관인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이 있습니다.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은 한-러 수교 30주년인 올해부터, 한국어 음성안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연해주 관련 고고학, 지리학, 민속학 자료와 희귀 문서를 비롯해 발해 유물 전시관을 운영 중이며, 연해주 지역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던 우리 한인들의 옛 모습을 담은 기록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은 발해를 연해주 역사의 가장 중요한 전시 코너로 내세워왔습니다. 특히 1층 첫 전시실은 발해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며 발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발해는 중국에 파괴된 고구려 터를 기반으로 7세기 건국됐다. 훗날 동해안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이외에도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은 발해의 옛 성터가 있던 지역을 발굴하여 요새촌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연해주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발굴 및 복원 과정에서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도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아르세니예프 박물관과 공동으로 ‘한국 신북방정책의 역사적 여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연해주에 남은 한인들의 발자취와 유적 등 과거를 조명하고 한국과 러시아 간 미래 관계 증진도 도모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 블라디보스토크. 이곳의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에서는 여러 사람과 시간을 거쳐간 땅에서 연해주와 발해, 고구려의 역사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그곳으로 이주해 간 한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글 김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