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평화와 치유의 음악을 연주합니다”
처음 겪는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모두가 불안에 떨던 병동에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졌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이 연주하는 치유의 음악을 세계 주요 언론도 주목했습니다.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한반도 평화를 세계에 알려온 원형준 음악감독은 감염병 대유행의 시대에 음악가가 사회에 참여할 또 다른 길을 찾고 있습니다.
음압격리병동과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치유 음악회 개최
한반도 평화 알리는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창단
2019 상하이에서 남북한 합동 공연 개최
남북 화합과 민간 교류를 위해 KF의 역할 기대
10월부터 제주, 부산 등지에서 치유의 음악회를 이어오셨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연주회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연을 못하고 생계를 위협 받는 예술인,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가 나오는 시기였죠. 고통 받는 모든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SNS에 연주 영상을 올렸는데 오스트리아의 한국문화원과 문체부, 질병관리본부가 함께하는 캠페인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 일을 계기로 명지병원에서도 치유 음악회를 열자는 제안을 해주셨고요. 음압격리병동에서 연주한 일이 BBC 뉴스에 보도되고 더 많이 알려지면서 경북대병원과 영남대의료원 등에서도 연주회를 열 수 있었습니다.
MIT의 마르쿠스 뷸러 교수와 치유의 주파수에 맞춘 음악으로 편곡했다고 들었습니다. 치유의 주파수란 무엇인가요?
주파수는 음의 높낮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클래식 음악은 거의 440Hz의 표준음고로 연주되는데 432Hz로 낮추면 치유 효과가 있다고 보는 거예요.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지만 인체의 70퍼센트를 이루는 물을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 432Hz를 들려준 물의 결정이 가장 안정됐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제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MIT미디어랩과 남북 화합을 위한 음악 부문에서 협업해오다가 감염병 관련 작업도 함께하게 됐습니다.
2017 제네바 평화회담에서 한국인 최초로 연주하셨고, 음악과 남북 갈등 해소를 오랫동안 모색해오셨어요. 예술가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1990년 세계경제포럼에 초청돼 연주를 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정치, 경제, 사회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그 행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세계 현안을 이야기하는데 음악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고 감동을 주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사회 참여도 음악가의 역할이 될 수 있겠구나 했죠. 남북 갈등 해소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고 2009년에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습니다.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 음악회를 열고,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꿈을 꾸면서요.
2017년 유엔 제네바 평화회담에서 연주 / 사진 제공.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
가장 기억에 남은 행사나 공연을 꼽는다면요?
작년에 상하이에서 북한과 처음으로 합동 연주를 한 일입니다. 5월 12일이 공연이었고 8일에 첫 리허설을 했는데 9일에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됐어요. 남북관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모든 사람들이 공연 취소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공연이 열렸어요. 남북 합동 공연을 추진하다 외부에서 변수가 생겨 취소된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감독님이 꿈꿔온 남북 합동 공연, 단일 오케스트라 구성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선, 남북 화합과 통일로 가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 화합은 항상 결과만 이야기되어 왔어요. 정상이 만나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질까요? 서로 교류하는 과정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가능할까요? 음악회 한 번 여는 것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민간에서부터 조금씩 교류를 시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하이에서 취소될 뻔한 공연이 성사된 데는 북측 소프라노 가수의 의지가 컸다고 들었어요. 그 공연을 위해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밥도 먹고 연습했던 과정을 소중히 여겼고, 함께 공연하자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그렇게 양쪽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화합과 평화로 가는 과정이죠.
2019년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에서 남북한 합동 연주 / 사진 제공.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
남북이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그렇습니다. 세계에 보여줄 한국의 매력은 점점 늘고 있지만 어려운 점은 남북의 분단이에요. 이 분단 상태를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부채가 될 수도 있고 자산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방역을 잘 해서 코로나라는 위협을 세계에서 인정 받는 기회로 바꾸었듯, 남북이 화합하고 세계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은 것이고요.
KF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남북 화합과 평화를 위한 민간 교류를 KF가 적극 지원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남북 화합은 단순히 정치 문제가 아니에요. 남북 합의서는 이미 있습니다. 이행되지 않는 게 안타까운 일이죠.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민간 교류가 꼭 필요하고 그래서 민간의 공공외교를 지원하는 KF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쟁, 질병, 환경, 소외 등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요.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대에 시급한 과제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죠. 저는 앞으로도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습니다. KF와 뉴스레터 독자 여러분께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