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객원교수 레터] 케냐 학생들이 쓰는 세 개의 언어와 한국어
안녕하세요? 저는 케냐 나이로비대학교 한국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유진이라고 합니다. 나이로비대학교는 동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한국학 전공 과정이 개설된 학교입니다. 2013년 9월 한국학과가 생긴 이래 한국학을 전공하려는 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금은 선착순으로 수강인원을 제한해 모집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한국학과의 존재를 모르는 친구들이 여전히 많아서, 신입생이 들어오는 학기에는 학교 곳곳에 학과 안내문을 붙이고 학과 설명회를 열기도 합니다.
케냐에서의 생활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에 가면 한국 라면도 있고, 한국 교민들이 김치나 두부 같은 음식과 식재료를 팔기도 합니다. 떡집도 있어서 한국 관련 행사를 할 때면 송편과 백설기를 주문해 케냐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곤 합니다. 케냐의 공용어는 영어입니다. 통용어는 스와힐리어이고, 각 부족마다 그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학생들은 세 개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부족해도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무장한 학생들은 성실하게 수업 목표를 따라옵니다.
나이로비대학교의 신입생 대상 한국학과 홍보 활동(위)과 2019년 한복문화주간 한복 패션쇼 후
학생들은 대부분 복수전공을 합니다. 한국학 전공생들은 보통 정치학, 심리학, 관광학 등 사회과학분야의 전공을 동시에 이수합니다. 저는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즐거운 경험을 많이 만들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한국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GKS)으로 뽑혀 한국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는 학생도 있습니다. 3년 전에 KF-e스쿨의 최우수 수강생으로 한국 모 대학의 여름학교에도 참가했던 학생입니다. 지금은 석사 공부를 하면서 케냐와 한국 관계에 대한 웹진을 발행한다고 합니다. 이런 졸업생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 속에서 보람이 차오릅니다.
나이로비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은 순수하고 열정이 넘칩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는 케냐 생활은 즐겁습니다. 외롭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쁘고 행복합니다. 케냐에서 한국학과가 더욱 안정되고 확산되면 한국학 석사과정, 한국학센터도 생기지 않을까요?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