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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 제주의 숨은 노란색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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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 제주의 숨은 노란색 찾기

유채꽃은 제주의 봄을 알리는 꽃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유채꽃을 검색하면 ‘유채꽃 시기’, ‘제주 유채꽃’, ‘산방산 유채꽃’이 자동완성됩니다. 산방산처럼 유명한 인생샷 장소에는 유채꽃밭 지킴이가 있어서 일이천 원씩 입장비를 받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제주도청은 유채꽃을 보러 오는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할망들이 공들여 키운 유채꽃밭을 엎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봄철 유채꽃이 유명하지만, 제주도에는 여름, 가을, 겨울에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내는 노란색 꽃이 많습니다.


여름철 길가나 공원에 한가득 핀, 키가 유달리 큰 민들레. 줄기가 길쭉하게 뻗었고 솜털도 잎사귀도 없이 매끈하다면, 제주도민들이 ‘개민들레’라고 부르는 서양금혼초입니다. 1980년대 목초 종자에 섞여 제주도에 유입된 국화과 다년생식물인데 서귀포 표선면, 안덕면, 사계리의 가축 방목지는 물론 한라산 정상과 우도까지 정복했다고 합니다. 환경부에서 생태교란종 외래식물로 지정하고 매년 제거작업을 하는데도 온화한 제주도 날씨와 특유의 생명력 때문에 꾸준히 말썽입니다. 여름에 미화원들이 가차 없이 제초기로 잘라버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채꽃, 서양금혼초, 가자니아, 털머위 / 사진 출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서양금혼초, 털머위)


제주도 공무원과 매년 씨름을 하는 개민들레와는 다르게 가을철 국화는 제주도청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습니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운전하거나 길을 걷다가 가로수 아래 노란색이 어른어른 보인다면 바로 ‘가자니아’입니다. 제주도 조경의 특징이 가로수 아래를 비워두지 않고 꽃을 심는 것인데 팬지, 패랭이꽃도 쓰지만 가장 흔한 것은 남아프리카 출신의 국화 가자니아입니다. 작년에 남원읍에서 일주동로 8㎞ 구간에 노란색 가자니아 7만5000본을 심기도 할 만큼 사랑받고 있습니다.


겨울의 노란 국화 털머위는 울릉도, 남부지방, 다도해 섬지방 바닷가 근처에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향기가 좋고 꽃이 오래 가서 제주도는 겨울철 조경용 꽃으로 털머위를 활용합니다. 10월부터 12월 사이, 무릎 언저리까지 오는 큰 키에 꽃잎이 5개 이상 달린 노란 꽃이 보인다면 바로 털머위입니다. 꽃다발처럼 화려한 털머위 덕분에 제주도의 겨울 길거리는 삭막하지 않습니다.


봄의 유채꽃, 겨울의 동백꽃처럼 철따라 유명하지는 않아도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습니다. 길에서 문득 발견한 꽃이 보는 분의 마음을 밝혀주었으면 합니다.


글 도현지 KF 글로벌네트워크사업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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