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방한 펠로 레터] 태국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이어서’와 ‘한국이니까’
안녕하십니까. 태국 방콕에 있는 왕립대학교인 쭐라롱껀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파펀 분룽입니다. KF 방한연구펠로십 지원 대상자로 선발되어 2020년에 한국을 방문해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펠로십을 이야기하기 전에 제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2007년 2월에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태국으로 돌아와 쭐라롱껀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3년 남짓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10년 3월부터 2014년까지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상황이었습니다.
쭐라롱껀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면서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이 학교에 한국어 전공을 개설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왔을 때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위상은 매우 높아진 상태였습니다. 쭐라롱껀대학교에도 한국어 교육 수요가 늘고 있었고 저도 큰 기대를 품고 한국어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2018학년도에는 드디어 한국어가 정식 학부 전공으로 개설되었습니다. 그후 저는 한국어 교육자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KF 방한연구펠로십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태국 왕립 쭐라롱껀대학교의 제1회 한국어 전공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태국인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국어의 다양한 인과관계 연결표현에 따른 언어 습득 양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국어에는 ‘-어서’, ‘-니까’, ‘-느라고’, ‘-길래’, ‘-기 때문에’, ‘-는 바람에’와 같은 여러가지 인과관계 연결표현이 있습니다. 각 표현의 통사적 제약과 의미적 다양성에 따라 학습자의 습득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 인과관계 연결표현의 사용 빈도와 학습 난이도에 따른 습득 양상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태국어는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연결어미가 한국어만큼 발달하지 않아 별 제약 없이 단순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태국어의 인과관계 연결어미는 ‘เพราะ’[phrɔ́]’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태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인과관계 연결어미를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어의 여러 연결어미 중에서도 인과관계 연결어미는 태국인이 그 의미 차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대표적 표현입니다.
저는 이 주제를 연구하면서 태국 교육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한국어 문법 형태뿐만 아니라 의미 기능 역시 체계적이고 명시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KF의 지원으로 태국의 한국어 교육에 밑거름이 될 연구를 할 수 있어 기뻤고 저도 한국어 교육자로서 조금 더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태국의 한국어 교육이 더욱 발전하도록 끊임없이 힘쓰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