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우편함]미리암 뢰벤스타인노바_찰스대 한국학과 교수
저는 체코공화국과 대한민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2년 후인 1992년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펠로십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은 아예 없었고 컴퓨터
소유는 특권이었습니다. 게다가 제 모국이 40여 년 간 동유럽에 속했던
만큼 바깥 세상에 대한 저의 경험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받은 3개월 간의 펠로십은 제게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한국과 한국인들을 직접 만나보고 여러
대학교와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양해해주신다면 두 번째로 받은 펠로십 얘기는 건너뛰고 싶습니다. 그
펠로십은 짧은데다 제 경력에서 별로 큰 의미를 갖지 않았으니까요. 세
번째 펠로십은 2002년에 받았고 그때 저는 중세 연대기와 전기(傳記)를
연구 주제로 정했습니다. 운 좋게도 제게 필요한 자료를 모두 구한 덕에
교수 자격 심사 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4년만에 저는 새로운
직책을 갖고 다시 돌아와 역사 기록학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그것은
2012년, 마렉 제마넥과 제가 함께 ‘삼국유사’를 체코어로 번역해내는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제 마지막 방한 연구도 ‘삼국유사’와 관련된 것으로, 그 책이 수 세기에
걸쳐 어떻게 재부호화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즉, 그 이야기들이
현대 문화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규명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주제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그 주제가 문학만이 아니라 정치, 교육, 오락, 만화,
영화, 나아가 여행을 비롯한 산업에까지 걸쳐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는 한국 그리고
한국인들과 좀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제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을 좀 더
자신 있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의 30년에 이르는 전문가로서의 제 경력과, 제가
한국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받은 다섯 차례의 펠로십을 간단히 정리하거나
그들 사이의 공통성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교수들,
작가들, 음악가들 등 수많은 유명 전문가들을 만났고 한국과 한국적 생활
현상을 낱낱이 살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저는 제 모국보다 한국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나라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특권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겐 한국과
한국인들을 평상적으로 관찰하고 한국이 겸손한 보통 국가에서 자신감
넘치는 국가로 변하는 것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