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우편함]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카자흐스탄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장원기입니다.
카자흐스탄은 넓은 국토 면적과 경제 성장으로 ‘중앙아시아의 거인’으로
불리는 국가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 10만여 명이
사는 나라이기에 한국학 연구자 중에는 소련 시절부터 한국어의 명맥을
이어오고자 노력해 오신 고려인 교수가 많습니다.
‘알마티 총영사와의 만남’에서 학과 교수진과 한복을 입은 1학년 학생들
카자흐국립대학교는 예전 수도이며 경제 수도라 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
남쪽 도시 알마티에 있습니다. 한국학과는 1994년 개설되어 지금까지 약
400여 명의 한국학 전공자를 배출하였고, 현재는 학부생 161명, 석사과정
7명, 박사과정 3명의 학생이 한국학, 한국어문학, 통번역학 전공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한국학 주간’에는 한국어 경시대회,
한국학 골든벨, K-POP 경연대회, 한국 음식 문화의 날 등의 행사를 열어
학생들이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학 주간>에 열린 ‘한국 음식 문화의 날’ 행사 – 김밥 만들기
카자흐스탄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의 하나는
‘카자흐스탄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라는 것입니다.
뭐든 빨리빨리 처리되는 한국과 달리 간단한 서류 한 장 발급받는 일도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고, 운이 없으면 2~3일은 족히 걸리니
카자흐스탄에서 한두 번 행정처리 경험을 해 본 한국인이라면 저 말이
내포하는 부정적인 면에 쉽게 공감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카자흐국립대학교에서 만난 동료와 학생들을 통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카자흐 민족에게 이 표현은 뭐든 빠르게 뚝딱 만들어 내는
한국식 ‘되는 일’은 없지만, ‘모든 것이 괜찮다’는 의미인 ‘все
нормально(브쇼 나르말나)’를 외치며 웃어주는, 카자흐스탄식 ‘안 되는
일도 없다’는 긍정의 힘에 방점이 찍힌 것이지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던 작년, 학생도 교수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던
온라인 수업 중에도 한국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한글날 축하 메시지를
동영상으로 만든 학생들의 노력은 코로나든 온라인 수업이든 ‘все
нормально’, ‘안 되는 일은 없다’를 행동으로 학생들이 저에게 보여준
긍정의 힘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배우기도 하는 선생으로서 그들과 함께 하는 일을 즐거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574돌 한글날 축하 메시지 -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3년 전 알마티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독도 사진전’에 학생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독도라는 섬을 사진으로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바다가 없는 카자흐스탄의 학생들이니 다음에 함께 독도에 가
보자는 약속을 하였지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전공으로
선택한 저로서는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예전처럼 학생들과 함께 '독도 사진전'이 아닌 진짜 독도에 가 보고 싶다는
소망도 함께 가져 봅니다.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은 ‘все нормально’, ‘안 되는 일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