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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게임, 양적 성장을 넘어 가야 할 길

[인터뷰] 한국 게임, 양적 성장을 넘어 가야 할 길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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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게임 연구자이자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한국문화콘텐츠학과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인디게임 개발 문화 정착에 힘써 왔고, 이를 위해 2015년부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을 조직하고 심사위원장을 맡아왔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에도 참여해 서울대 재직 당시 제자들과 시리아 난민의 독일 정착기를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 ‘21 Days’를 만들어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에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2. 한국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나요?

한국 문화와 문화 콘텐츠를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 영상, VR/AR, 메타버스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이론과 제작 실습을 가르치고 있고, 동시에 한국 문화와 관련해 고전과 현대를 망라하여 콘텐츠와 관련될 수 있는 문화 원형과 스토리텔링 등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3. 교수님께서는 주로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연구하고 계신데,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의 현황은 어떤가요?

국내 게임 시장은 19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세계 4위권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에 발맞추어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플랫폼을 바꾼 것이 주효했습니다. 게임 시장의 매출은 절반 이상이 수출에서 나옵니다. 정부에서 통계를 내고 있는 콘텐츠 분야 11개 중 게임이 담당하는 수출의 비중은 무려 66%가량입니다. 영화, 음악, 방송 등이 한류로 각광받고 있지만, 수출로만 따져보면 나머지 10개 분야 수출을 모두 합쳐도 게임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4. 국내 게임의 글로벌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 게임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해외에서 국내 게임의 위상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해외와 다른 확률형 아이템이나 P2E(Play to Earn) 같은 수익성 중심 모델에 기초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해외 게임 유저들은 게임성보다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게임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5. 국내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게임 디자인에서 근본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유저들이 몰립니다. 다만 이 재미를 만드는 요인이 게임성이나 비주얼 같은 게임 내의 내재적 요소여야 하는데, 최근 한국 게임들은 유저에게 과금을 통해 성장하는 방식을 강요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한국 게임에 서서히 환멸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게임 회사를 대상으로 유저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는 집단 행동에 나서는 사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6. 코로나 팬데믹이 게임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코로나19 전과 후로 게임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재택 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 플레이하는 시간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기존의 게임은 특정한 계층에만 인기를 끌었는데, 팬데믹 이후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죠. 팬데믹 초기에는 닌텐도 스위치의 ‘링피트’ 같이 홈 피트니스와 결합된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에는 사람 사이의 만남을 가상 형태로 대체하는 ‘동물의 숲’ 같은 게임이 주목받았습니다. 최근 일어난 메타버스 붐도 가상 공간에서의 만남의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엔데믹이 가까워 오면서 게임을 캐주얼하게 접했던 유저들이 다시 떠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임이 생활의 일부로 느껴지게 했던 요소들을 잘 살려서 유저 풀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 해외에 비해 국내에는 인스피레이션 게임(사회∙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게임)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인스피레이션 게임이 필요한 이유와 성공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인스피레이션 게임은 이것이 단지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미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나 게임 회사들은 게임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요. 영화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탈피해 우리 사회의 문제적인 현상들을 진단하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예술로 성장한 것처럼, 게임도 이러한 가능성을 계속 탐구해야 합니다. 인스피레이션 게임의 성공 사례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소재로 한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 게임을 들 수 있습니다. 기존 게임들은 전쟁을 다룰 때 주인공이 전쟁 영웅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민간인 입장에서 전쟁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 오래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게임 속의 캐릭터는 살기 위해 타인의 물건을 훔치거나 살인을 저질러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은연 중에 ‘전쟁 속에서 민간인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둬 현재까지 약 700만 장 판매되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8. 최근 전 세계 게임의 흐름은 어떤가요?

최근 세계 게임 시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새롭게 등장한 메타버스, NFT(Non Fungible Tokens), P2E 등의 신기술들을 게임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처럼 유저가 스스로 게임을 제작하거나 하는 유저 중심적 게임들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기도 했고요. 게임 산업은 일종의 플랫폼 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플랫폼들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참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9. 게임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요? 아울러 한국 게임의 발전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게임의 역사를 망라하는 저서를 쓰고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 논문 작성, 정부 과제 등으로 바쁜 상황이지만, 조금씩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한국 게임은 그간 굉장히 압축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성장 뒤에 따라오는 부작용들이 있게 마련이죠. 한국 게임업계가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에만 집중해 수익성에만 집착하는 부분이 상당히 우려가 됩니다. 한국 내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IP(Intellectual property)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게임성을 인정받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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