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우편함]
조선의 법정 판결 연구
토니 D. 치안(서울대학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방한연구 펠로십 기회를 얻게 되어 진심으로 기쁩니다. 그 덕분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법정 판결에 있는 제 학문적 관심을 조선 시대로까지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의 법률에 대한 이해를 키워가며, 한국과 중국의 법률제도라는 관계성이 깊으면서도 차이점도 뚜렷한 두 가지 전근대 법률 제도에 유교와 유교 고전이 끼친 영향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제 연구의 중점은 항상 법이 인문학이라는 더 넓은 범주에 속할 수 있는지에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전근대 사회가 법과 정의의 관계를 바라본 시각을 이해하는 것에서 현대 법률 제도가 취할 점이 있으리라 믿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펠로십을 통해 제가 잘 알지 못하던 법률 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무척 기뻤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하게 펠로십을 1년 늦게 시작했지만, KF의 직원 여러분은 제 질문에 성심껏 응답해 주셨습니다. 코로나19의 제약 속에서 한국의 법률 기록들을 살펴보고 법조계 전문가들을 만나는 일 또한 쉽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연구를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고 다른 학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아시아태평양법 포럼에 초대받아 ‘조선 후기 판결문에 나타난 문학적 윤색과 서술(Literary Ornaments and Narratives in Legal Decisions of the Late Chosŏn)’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어 서울대를 비롯한 한국의 여러 대학, 그리고 미국 대학의 법학∙문학 연구자들과 함께 유교와 동아시아 법에 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펠로십 기간 동안 보내주신 재정적 지원에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 KF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펠로십 종료를 앞두고 서울대 강사로 임용되어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심리록(審理錄)』 등 조선의 판례집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며 서울대의 법학 전문가들로부터 배움을 얻는 한편, 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