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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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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한국의 젊은 연주가들

김문경(변리사, 음악칼럼니스트)


최근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서의 한국 젊은 연주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반 클라이번 콩쿠르처럼 예전이라면 우승을 상상도 못했을 콩쿠르에서 연신 축포가 터지고 있다. 클래식은 본디 유럽의 ‘국악’이다. 대략 350년 전에서 100년 전의 시점에 유럽에서 백인들이 남긴 작품의 정신을 이해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동양인에게 일종의 장벽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를 거머쥐는 현상은 흡사 판소리나 트로트 대회에서 외국인이 입상하는 것만큼이나 유별난 것이라 하겠다.

이전까지 국내 연주자들의 수많은 입상 소식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센세이셔널했던 것 중 하나는 2015년 조성진의 제17회 쇼팽 콩쿠르 우승일 것이다. 임동민과 임동혁 형제가 2005년 제15회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거둔 것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우승까지 거머쥘 것이라곤 이전에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쇼팽 콩쿠르는 오로지 쇼팽의 곡만으로 승부를 거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콩쿠르에 해당한다. 조성진은 쇼팽 고유의 정서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하면서 연주 내내 잘 다듬은 완벽한 테크닉을 유지했다. 조성진은 17세에 이미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거둔 바 있는데, 당시 2위는 손열음이 차지했다.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리는 부소니 콩쿠르의 우승자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1위에 올랐고, 2021년에는 박재홍과 김도현이 나란히 1,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이름을 내건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는 일본의 쓰지이 노부유키와 중국의 하오첸 장이 우승하고, 손열음이 준우승을 차지해 콩쿠르에 ‘한중일 정상 회담’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선우예권이 우승을 한 데 이어, 다음 회차가 열린 2022년에는 임윤찬이 18세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는 솔로 경연에서 ‘피아노의 철인 3종 경기’라 불리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을 1시간에 걸쳐 내달리는 초인적 스태미나를 보여줬다. 그가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이미 대가적인 풍모를 갖춘 명연으로서 콩쿠르라기보다는 대관식에 가까운 것이었다.

2022년은 한국 음악가들의 콩쿠르 석권 소식이 유난히 많이 들린 해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첼리스트 최하영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러 악기를 위한 콩쿠르로 이름난 독일 뮌헨의 ARD 콩쿠르에서는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플루트 부문에서 우승의 소식을 전했다.

이른바 ‘K 클래식 세대’로 불리는 이 땅의 젊은 음악인들이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클래식 음악에서 최근 눈부신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인의 성취 욕구가 강한 민족성이라든지 부단한 노력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예술은 주로 기록에 의존하는 스포츠와 차별화되는 것으로, 더욱 예민한 감각과 풍부한 표현력 이른바 우리가 예술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요구한다. 물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영재교육 시스템은 이러한 현상에 큰 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에서 요구되는 기량을 갖추는 단계를 넘어 독립적인 예술적 주체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로지 스승의 연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과거의 교육 시스템과 달리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이다. 오늘날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은 정보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경쟁과 희생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아득한 높이를 성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눈부신 활약이 국내 무대에서도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마도 남겨진 숙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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