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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제주 생활] 제주의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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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별 헤는 밤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제주에서 처음 운전을 하면서 놀랐던 부분은 제주의 밤이 정말 어둡다는 사실입니다. 가로등이 없고 안개가 심한 구간은 달리고 있던 차가 허공에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제주의 밤그늘은 저와 같이 제주 생활을 이제 시작한 초보에게는 은근히 긴장을 주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별을 관측하는 이들에게 제주의 밤그늘은 선물과도 같은 환경입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달과 별이 수줍게 드러낸 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무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두게 됩니다.

그 짐들이 일상에서는 무겁고 중요한 가치를 지니더라도, 제주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동안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촬영한 지구의 사진) 안에서 일어나는, 관측할 수 없는 아주 미미한 움직임 중 하나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장소는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이 좋은 것 같습니다. 천체투영관에서 여름의 대삼각형, 가을의 대사각형 등 별자리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야외에서 실제 하늘을 관측하며 배운 방법을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 목성과 위성, 달의 표면 등을 관측하는 일도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담담하게 들어온 어른들이 망원경을 보며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도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일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지쳤다면, 오늘 하루를 마치며 제주의 밤그늘에서 별 헤는 밤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펠로십사업부 장건우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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