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사막에서 피어난 한국어 꽃
강연현(아랍에미리트대학교 객원교수)
안녕하세요. 저는 KF 객원교수로 아랍에미리트대학교 한국어 부전공 강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부다비 토후국의 내륙 도시 ‘알아인‘에 위치한 국립대학교로, 현재 걸프 지역에서 유일하게 대학 내 한국어 학점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에미리트 자국민 다수, 특히 여학생은 80% 내외가 이곳에 진학한다고 합니다. 아랍에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한국어 과정은 에미리트와의 공공외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맡은 수업은 부전공 중고급 강좌입니다. 과목명은 중급 한국어, 고급 한국어지만 부전공 총 이수 시간 자체가 적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초급에 해당합니다. 다만 수강생은 초급 강좌 이수 후 부전공을 확정한 학생이기에 한국어 학습 의지가 강합니다. 물론 코로나 기간 동안 원격 수업을 한 탓에 교실 수업을 어색해하기도 하고 말하기에 자신 없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구보다 학생 자신입니다. 직접 대답해 보게 지목하는 질문을 많이 해 달라고 하거나 말하기 연습 방법을 묻는 학생을 보면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방과 후 말하기 활동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여러모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모든 시설과 체계가 완벽에 가깝게 관리된다는 점입니다. 사막 기후임에도 건물 외벽에는 모래 먼지 하나 없고 수목 역시 푸르게 유지되며, 기자재 점검 등 각종 민원은 요청 즉시 처리됩니다. 그간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빠르게 발전해 왔는데, 이를 미래의 비전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에미리트의 노력이 교육 환경에도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수업과 성적 자료도 온라인 포털에서 관리돼 저 역시 포털 서비스와 수업 페이지 사용법을 익히고 이를 강의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소간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대학교는 남녀 캠퍼스가 분리돼 있고 한국어는 여학생 강좌로 개설돼 남자 교원인 제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방과 후 학생들과 모이는 것은 학과에 허가를 받은 후 공식 활동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현장학습 역시 남자 교원이 단독으로 여학생 인솔을 맡을 수 없습니다. 이는 일정 부분 이슬람 문화에 기인하지만, 모든 면에서 철저한 관리를 추구하는 대학의 지침상 필요한 절차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러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간과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원활한 운영에 협조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대학교의 부전공 과정은 한국어를 실제로 접할 기회가 부족한 에미리트 학생들에게 정규 학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아쉽게도 저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활동을 마치지만, 남은 기간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돕는 것은 물론 졸업 후에 스스로 한국어 학습을 이어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려 저의 활동을 성심껏 지원해 준 한국어 부전공 코디네이터 선생님과 언어문화학과 학과장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KF와 아랍에미리트대학교가 협력해 현지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이뤄 나가길 기원합니다.
초승달 모양의 건물로 흔히 Crescent Building이라고 부르는 본관
수목이 잘 관리되어 있고 곳곳에 연못형 수조를 설치해 둔 여학생 캠퍼스
주로 방문 교원이나 연구 조교가 배정받는 객원 관사
객원 관사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