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느끼는 ‘정(情)’
황호영(아자디 투르크멘 국립세계언어대학교 파견 객원교수)
2023년 9월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로 떠나는 날, 이전 파견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중앙아시아의 5개국 중 하나로,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하위에, 국토의 80%가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 세계에서 흰색 건물과 흰색 자동차가 가장 많은 국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사실 정도만 파악하고 비행기를 탄 상태였기에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러 떠나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고대 문명과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이자 현재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알려진 투르크메니스탄은 나와 같이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국가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와서 직접 현지인의 삶 속에 들어와 지내다 보면 한국인에게 익숙한 관습과 정서를 여러 면에서 느낄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가 다 같이 한 집에서 사는 대가족 형태를 비롯해서,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는 관습(첫째가 아닌 막내 아들이 부모를 모신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 가족, 친척들이 힘든 일을 서로 나눠 하고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 한국인의 옛 정취를 그대로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온 지 4개월 차가 된 나의 개인적인 경험담이면서도 이곳에서 지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나라라고 생각하며 왔는데 막상 이곳에서 지내면서 내가 놀란 사실은 또 있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벌써 31년이 됐을 뿐만 아니라 2014년과 2019년에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있었으며, 2001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 태권도협회가 결성돼 매년 태권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곳의 모든 버스는 외관 색깔만 흰색으로 다를 뿐 서울과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의 버스라는 사실이다.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현재 한국어학과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는 아자디 투르크멘 국립세계언어대학교는 60년 전통의 외국어 교육 전문 대학으로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유일한 대학교다. 한국어학과가 설립된 지 벌써 16년이 됐으며, 처음에는 한국인 교수님이 계셨지만 지난 5년간 한국인 교수의 부재로 인해 현재 재학생 전부가 한국인 교수의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늘 아쉬운 마음이 컸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덕분인지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교수와 학생이 나를 만나면 항상 밝은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 잘 지내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의 주식인 ‘초렉’이라는 빵을 총장님, 부총장님, 교수님들, 학생들, 이웃들로부터 정말 많이 선물받는다. 이러한 이들의 환대 속에서 한국인의 ‘정(情)’을 느낄 수 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여전히 나에게 미지의 세계이지만,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은 이미 나에게 정을 느끼게 해준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아자디 투르크멘 국립세계언어대학교 본관
한국 문화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