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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잊혀 가는 우리 전통의 기록, 이동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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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 가는 우리 전통의 기록, 이동춘 작가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서울 충무로의 한 스튜디오에서 광고사진을 배우다가 ㈜디자인하우스에 들어갔습니다.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 사진부 창간 멤버로 재직하며 한옥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과 음식, 패션, 인물 인터뷰 등을 촬영했습니다. 퇴사 후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활동했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유교 문화유산인 종가에 매료돼 경북 안동을 테마로 한국 전통문화 속에 깃든 ‘한국의 미’를 찾는 사진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옥과 종가, 서원과 제사, 관혼상제 의례행사까지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 속에 담긴 선현들의 의(義)와 정신을 오늘의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잊혀 가는 우리 전통의 모든 것’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광범위할 수 있겠지만 의, 식, 주, 관, 혼, 상, 제, 한옥, 한지, 한복, 한식, 해녀, 서원, 사찰 등을 찍고 있습니다.


2. 한옥은 어떻게 찍기 시작했나요? 한옥을 찍기 위해 안동으로 이사했는데, 특별히 안동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 사진기자 시절 ‘한국의 미’의 매력에 빠지면서 이후 한국의 차, 한식, 한옥, 한지, 서원, 사찰 등의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다가 “한옥을 찍으려면 안동에 가야 한다”는 누군가의 한마디에 무작정 안동을 찾은 것이 20년이 다 돼 갑니다. 안동에서 20년 가까이 작업하면서 종가 어른들과 한 식구 같은 사이가 됐고, 그 문화 속에서 외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넘어 진정한 우리 한민족 정신의 가치를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집안에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도리를 다하는 종가 어른들의 모습 속에 있는 섬김과 나눔, 존중과 사랑의 미덕은 우리의 미래, 더 나아가 세계의 미래 평화와 공존으로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깨닫고 ‘안동에 주저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둘째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입사하면서 ‘나도 독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족으로부터 독립된 공간에서 나만의 작업을 하기 위해 6년 전 안동으로 작업실을 옮겼습니다. 고집스러운 어른들의 변화를 거부하는 그런 정신이 지켜낸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은 곳이 안동입니다.


3. 한옥의 외관은 물론 기둥, 천정, 바닥 등 한옥 구석구석 모두 찍는 이유가 있나요?

한옥은 우리가 2,000년 넘게 살아온 집입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아파트나 서양 주택이 들어오면서 주거 형태가 다양해졌고, 그 과정에서 한옥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기억에 ‘동네 미장이’라고 하는 남자 어른들은 누구나 집을 짓거나 담장을 쌓고 온돌을 새로 놓고 굴뚝을 수리할 수 있었습니다. 옛날 그 역할은 지금 인간문화재라는 타이틀이 붙은 사람들의 몫으로 남았고, 그분들의 손에서 한옥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집의 형태를 구석구석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집의 특징적인 요소 하나하나를 모두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4.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안동에 와서 종가의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100년도 더 지난 조선의 유교문화를 지키려는 종가 사람들의 모습이 숭고하고 근엄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제동이 걸렸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제사상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제청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하는 걸 보고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른 뒤 남장 여인처럼 다녔습니다. 그렇게 어르신들을 몇 년간 따라다니며 설득한 결과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3년 정도 지난 후에 퇴계종택의 상례 절차를 모두 촬영할 수 있었고, 퇴계종택뿐 아니라 대학자인 학봉, 서애 등 대종가 선생 후손이 살고 계신 종가를 드나들며 관혼상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5. 작가님이 생각하는 한옥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옥은 나무와 돌과 흙으로 지은 친환경적 집입니다. 또 통풍과 햇빛 등을 고려한 자연을 닮은 집이고, 내진 설계가 돼 있는 미래 지향적 집이기도 합니다. 한옥의 백미는 차경인데, 이는 밖의 경치를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창호지를 바른 문을 열 때마다 창밖의 풍경에 대한 설렘이 생기는 점이 매력입니다.


6. <한옥, 보다, 읽다>는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요? 그 밖에 현재 작업 중인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오래전부터 기획한 책입니다. 한옥을 촬영할 때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고 서점에서 책을 사도 한 권으로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을 해소할 책을 만들기로 생각하고 Q&A를 100개로 간추렸습니다. 그러던 중 주거사를 전공하고 경희대에서 주거사를 가르치시는 교수님을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게 됐습니다. 한옥은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이지만 지배층의 정치적 의도, 시대적 소명과 사회의식, 가장의 가치관에 따라 한옥을 짓는 기술 수준이 같더라도 집의 평면도, 장식성, 그 안의 생활상이 조금씩 달라져 왔다는 점, 한옥미의 원형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완성형 한옥을 대상으로 요소별로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 도가적인 심미안으로 발현되면서 절묘한 예(禮)의 구조로 완성된 한옥의 원형이 사라지기 전에 한옥을 보고 읽을 수 있는 대중적 서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 의견을 모아 <한옥, 보다, 읽다>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현재 번역 후 영문판 출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두 번째 한옥 사진집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의 출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덤벙주초’는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을 의미합니다. 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주초석으로 사용해 그랭이질(나무 기둥, 돌 따위가 울퉁불퉁한 주춧돌의 모양에 맞게 다듬어 기둥과 주춧돌이 톱니처럼 맞물린 듯 밀착시키는 일)로 다듬은 기둥을 덤벙주초 위에 올려 집을 짓는데, 민가의 한옥은 전부 덤벙주초 위에 지은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책은 이와는 반대로 잘 다듬은 돌 위에 지은 집으로 <궁궐속의 한옥, 연경당과 낙선재>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7. 한옥, 한국 문화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최근 한옥은 도시재생의 여파 속에서 실용성과 현대적 미의식을 가미한 것들이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구도심의 한옥들은 전면 개축이나 일부 리모델링을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와집으로 재생되고 있습니다. 제가 촬영하고 있는 한옥은 원형이 잘 보존된 집입니다. 한옥의 원형을 제대로 알고 변형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한옥의 원형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안동 정재고택

대구 인흥마을 남평문씨 세거지(世居地, 대대로 살고 있는 고장)

사라져 가는 선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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