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주평화연구원에서 연구실장으로 재직하고 계신데, 소속 기관과 직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제주도에 국제협력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한반도에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55조에 의거하여 2006년 제주도에 설립된 민간연구소입니다. 연구원은 작은 규모와 지방 소재라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연례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주관하고, 외교안보 분야 10대 싱크탱크로 선정되는 등 짧은 기간 내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는 연구실장으로서 연구 사업을 총괄하는 동시에, 평화와 협력을 주제로 하는 개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공외교란 무엇인가요? 공공외교가 중요한 이유와 한국 공공외교의 현황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세계 도처에 한국 국민과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글로벌 통상국가로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주권이 미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한국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보장하고 우호적인 대우를 받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공외교란 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로 인해서 공공외교에 많은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었고, 최근에야 비로소 공공외교를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등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2016년 외교부 정책공공외교전략 연구를 수행하셨는데, 작년 8월 공공외교법이 본격적으로 발효되면서 한국의 외교 전략상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울러 현재 한국의 공공외교 전망과 실행 방향은 어떠한가요?
그동안의 공공외교는 한국의 문화를 확산하는 ‘문화 공공외교,’ 한국학 진흥 등 한국을 알리는 ‘지식 공공외교’가 주였으며,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이 증대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됩니다. 여기에 ‘공공외교법’ 제정을 계기로 ‘정책 공공외교’를 추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정책 공공외교는 타국민들에게 한국의 정책을 알리고 지지를 구하는 외교입니다. 그간 외국 정부만을 대상으로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의 일반 국민에게도 한국의 정책을 알리는 노력을 하게 된 것입니다. 외교정책과 국제관계에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정책 공공외교는 한국 외교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이전까지 문화 공공외교나 지식 공공외교가 잘 수행되었기에 정책 공공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닦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안보위기와 국력의 한계로 인해서 정책 공공외교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KF의 역할과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할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KF는 그동안 해외 각지에 한국 문화를 확산하고 한국에 대해 알리는 문화 공공외교와 지식 공공외교를 활발히 이행하며 좋은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 상 제약으로 인해서 KF는 주로 전통적인 공공외교에 치중해왔다고 생각됩니다. 가령 미국과 공공외교 사업을 수행할 때 워싱턴 싱크탱크나 대학교처럼 전통적인 공공외교 대상만을 염두에 두고 일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워싱턴 아웃사이더나 풀뿌리 시민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기존에 간과했던 개인과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공공외교가 필요합니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소셜미디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KF 내 디지털 공공외교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인력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직도 공공외교의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낯설어하는 일반 국민들이 많습니다. 향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반 국민들은 공공외교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외국에 가보거나 외국인을 만나면 국민 개개인 모두가 공공외교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이나 출장 중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바로 알리려는 노력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의 공공외교를 높이 평가합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국인들에게 미국 문화나 지식을 알리는 공공외교가 아닌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같이 즐기는 공공외교를 했습니다. 스티븐스 전 대사가 재래시장에서 파전과 막걸리를 맛있게 먹으면서 한국 음식은 훌륭하다는 칭찬을 연발할 때, 미국인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은 한국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가장 효과적이고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공외교는 우리 스스로가 다른 나라의 국민을 존중해주고 그들의 문화나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