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닮은꼴 음식:
잘게 썰어 부치면 맛없는 게 없다
부침개든, 팬케익이든, 이름이 무엇이든……
흔히 한국 사람들은 비 내리는 날에는 부침개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어디에서 시작된 얘기인지 출처나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비가 오면 괜스레 마음이 가라앉고 처져서 우울해지기 쉬우니,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 전환을 하자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왜 꼭 부침개나 전이 떠오르는 걸까요? 누군가는 튀김에 가까울 정도로 바싹 굽는 부침개 만들 때 나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부침개는 의외로 만들기 쉬운 음식입니다. 중간불에 달궈 놓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갖가지 재료를 넣은 걸쭉한 반죽을 얇고 넙적하게 부쳐내면 되는데 이때 넣는 재료에는 특별한 제약이 없습니다. 푹 익은 김치나 부추, 호박 등의 채소도 좋고 오징어나 조개, 고기도 상관없습니다.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고, 다채로우면서도 간결한 부침개는 특유의 냄새만 맡아도 너나 할 것 없이 젓가락을 들고 달려들게 만드는 한국인의 대표 간편식입니다.
멀리 남유럽에도 부침개와 닮은 음식이 있습니다. 스페인 혹은 라틴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통시장에서 부침개를 보며 자국의 음식 또르띠야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부침개처럼 납작하지는 않지만, 주로 계란, 감자 등을 넣어 둥그렇게 굽는 스페인식 또르띠야는 평범한 외향을 넘어서는 맛이 있습니다. 추가되는 재료의 배합이나 조리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도 대단합니다.
언어도, 음식도, 문화 전반도 국경을 마주한 인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스위스는 독일처럼 감자와 소시지를 베이스로 하는 요리가 발달했는데, 뢰스티 역시 그렇습니다. 뢰스티라는 이름 자체가 ‘굽다’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뢰스텐(rösten)’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름처럼 바삭바삭하고 노릇노릇한 감자전입니다. 강판에 잘게 간 감자를 치즈, 양파, 베이컨 등과 곁들여 부친 음식으로 스위스는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프라이팬에 반죽을 부치는 조리 형태는 유사하나, 쌈처럼 싸서 먹기 때문에 한국의 부침개와 프랑스의 크레페 사이에 있는 반쎄오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반쎄오라는 이름은 빵을 뜻하는 ‘반’에, 프라이팬에 반죽을 부칠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한 ‘쎄오’라는 의성어를 합친 것으로, 쌀가루 반죽에 각종 고기, 채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접어 먹습니다. 쌀국수와 더불어 베트남을 상징하는 요리이기도 하죠.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부침개. 지금 당장 각자 냉장고에 들어 있는 재료들을 꺼내어보면 어느 나라 버전의 부침개를 요리할 수 있을 지 밑그림이 나오지 않을까요? 재빨리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썰어 적당히 구워 부치면 맛이 없을 수 없는 부침개가 곧 한 장 두 장 펼쳐질 겁니다. 더 필요한 건 없습니다. 고춧가루 살짝 뿌린 간장 정도만 옆에 있다면 완벽합니다.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