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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에서 세계로 울려퍼진 한국의 혼!

2008년 부산무용제 대상과 전국무용제에서 은상 및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강미리 할 무용단의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의 스태프로 제25회 사라예보 국제 페스티벌(XXV Jubilee International Festival Sarajevo) 2009년 사라예보 겨울축제(Sarajevo Winter 2009)에 참여했다. 스테이지 디렉터로서 유럽 전역과 전 세계 각국의 안방에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되는 개막식 오프닝 공연을 연출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사라예보 겨울축제는 매년 전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으로 펼쳐지며 연극, 무용, 콘서트, 영화, 현대미술전시회 등으로 구성되고 각 프로그램들은 극장과 갤러리, 미술관과 체육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개최된다.
한국의 페스티벌처럼 개막 식후 행사 정도로 생각하고 사라예보에 도착했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공연은 그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로 생방송되는 2009년 사라예보 겨울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 공연을 모두 한국 팀에게 맡긴 것이었다.

2월 5일 첫째 날
사라예보에 도착한 다음날 다시 한번 일정을 정리하고 리허설 스케줄과 장소를 확인한 뒤 제25회 사라예보 겨울축제 그랜드 오프닝 공연장인 돔 멜라디 문화센터와 사라예보 축제 조직위원회를 방문했다. 그리고 사라예보 국영방송사의 개막 관련 기자회견에서 할 무용단 강미리 대표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박병욱 선생님의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개막식 장소인 내추럴 시어터(Natural Theatre) 야외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보스니아 국영방송사의 담당 PD와 총연출, 스테이지 디렉팅, 무대, 조명, 음향, 영상 등 각 개막식 관련 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식 관련 식순을 간단하게 브리핑 받고 카메라 위치와 무대 규모, 조명, 음향, 영상 시설들을 확인했다. 개막식과 관련된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이 생방송에 맞춰져 있어 총연출과 조명, 음향 디자이너와 간단한 미팅을 하고 공연 콘셉트와 출연자들의 동선만 정리한 다음 리허설 시간을 확인한 뒤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개막 공연장인 돔 멜라디 문화센터를 찾았다. 공연장을 둘러보고 무대 세팅과 동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를 하고 나서 다음날 오후 6시에 진행할 개막 공연 리허설 연습부터 먼저 시작했다. 강미리 할 무용단과 극단 맥의 공동 작품인 풍물 공연과 메인 공연인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의 도입부를 개막 공연으로 준비했다.



2월 6일 둘째 날 ¬¬
오전 10시 개막 그랜드 오프닝 공연 리허설을 위해 돔 멜라디 문화센터 직원 및 공연 스태프들과 미팅을 가졌다. 조명과 음향, 무대 세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우리는 공연 리허설을 지켜보고 필요한 부분들을 서로 이야기했다. 공연은 파트 1•2•3으로 이뤄졌는데, 오늘 리허설은 파트 1•3만 하고 음악 연주인 파트 2는 내일 공연 전 리허설에 하기로 했다.
파트 1 극단 맥의 풍물 공연, 파트 3 메인 공연인 강미리 할 무용단의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 순으로 리허설을 했다. 리허설 중에 터져 나오는 현지인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좋았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공연장 관계자들, 스태프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풍물 공연을 처음 접한다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모두들 실제 공연이 기대된다며 “뷰티풀”을 외쳤다.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 무대 뒤편에 무대장치와 구조물들을 세운 뒤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공연장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모든 세팅을 마치고 오후 5시 개막식 장소로 이동했다. 개막식 공연 리허설을 위해서였다. 개막식장에 도착하니 한국팀 공연을 위해 무대, 음향, 조명 등이 특별히 마련되어 있었다. 극단 맥의 풍물 공연과 함께 강미리 할 무용단의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의 공연 장면 일부를 오프닝 세리머니 공연으로 연출했다. 북소리를 필두로 리허설을 시작하자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리가, 한국인의 혼이 사라예보의 시내 한복판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현지인들은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고 방송 관계자들과 개막식 관계자들 모두 매우 흡족해하는 가운데 리허설을 마쳤다.

2월 7일 셋째 날
드디어 개막일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공연장으로 향한 우리는 오전 10시부터 총 리허설을 시작했다. 파트 1•2•3순으로 무대 세팅을 마친 상태에서 의상까지 갖추고 리허설에 들어갔다. 공연 출연자들 모두가 공연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나자 우리의 전통 의상인 한복에 매료되어 스태프들은 연신 “뷰티풀”을 외쳤고, 전날 테크니컬 리허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자 조직위 관계자들과 공연장 관계자들 모두 한국의 아름다움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전날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진 무대와 의상 그리고 한국인의 조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에 현지인들은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모두 30분 거리의 개막식장으로 이동했다. 개막 행사는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는 개막 인사말과 불꽃놀이, 극단 맥과 강미리 할 무용단의 개막 축하 공연이 생방송으로 이뤄지고, 저녁 8시부터는 내추럴 시어터 실내로 옮겨 음악 연주회를 진행하며, 저녁 9시 30분부터는 개막 오프닝 공연과 강미리 할 무용단의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순으로 연이어 행사가 펼쳐질 계획이라 매우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개막식장에 도착하자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막식장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개막식장 주변을 경호원과 경찰 병력이 에워싸고 있었다.



오후 6시. 드디어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장면, 종교와 민족 전쟁으로 인한 사라예보의 아픔을 담은 영상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라예보 겨울축제 조직위원장인 이브라힘 스파히치를 비롯해, 사라예보 시장, 한스 게르트 포터링 유럽의회 의장, 유럽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의 테리 데이비스 사무총장, 체코 대사 그리고 전통의상 디자이너 이나경 선생님이 주요 내빈으로 참석을 했고, 축사와 환영사 그리고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메시지가 2009년 제25회 사라예보 겨울축제의 개막을 알렸다.
불꽃놀이와 함께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강미리 할 무용단의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의 도입 장면인 꽃씨를 굴리며 나오는 현자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응집된 모습을 신비스럽게 표현했고, 극단 맥의 풍물 공연으로 한국인의 혼이 담긴 소리가 퍼져나가도록 연출했다. 한국의 문화! 한국의 춤! 한국의 소리! 한국인의 혼! 이 모두가 유럽 전역으로, 전 세계 각국의 안방으로 퍼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가슴 벅찬 감동의 물결이 퍼져 나간 공연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관중의 혼을 빼는 한국인의 살아 숨쉬는 고동 소리가 한국의 소리와 몸짓으로 전 세계에 울려 퍼진 그 시간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었다. 공연이 모두 끝나자 관중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공연의 진한 감동과 아쉬움에 자리를 떠날줄 몰랐다. 그러나 우리는 벅찬 감동의 순간을 만끽할 사이도 없이 개막 오프닝 공연을 위해 다시 메인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공연이 조금 늦게 끝난 탓에 여유 시간이 얼마 없었다. 서둘러 개막식장을 떠나 다음 공연장으로 이동하여 간단한 다과로 배를 채운 뒤 바로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두 번의 리허설과 개막식장에서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객들로 공연장이 서서히 들어차고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여 분 늦은 저녁 9시 40분부터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의 북소리를 시작으로 극단 맥과 강미리 할 무용단의 연합팀으로 구성한 풍물 공연의 막이 올려졌다. 길놀이와 함께 전체 군무, 장구놀이, 북놀이, 소고놀이, 12발 상모순으로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터져 나오는 관중들의 기립 박수 소리에 힘든 줄 모르고 풍악을 치는 연희자들과 관객 모두 함께 호흡을 하며 한국의 문화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파트 2 공연이 시작되었다. 현대미술 작가인 뉴질랜드 작가와 오스트리아 작가 두 사람이 15분 정도 음악 연주를 했다. 메인 공연 준비를 위한 막간 공연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파트 3 메인 공연인 강미리 할 무용단의 <처음 꽃을 사랑한 사람>이 시작되어 신비로운 한국의 소리와 몸짓을 바탕으로 구성한 창작 무용을 선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 모두 기립 박수를 치며 공연장을 떠나지 않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출연자들이 다시 나와 인사를 하고 관객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다음 공연을 마무리하자 시계가 어느덧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말 황홀한 밤이었고 새로운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는 순간이었다.
2009년 사라예보 겨울축제의 메인 초청 국가인 체코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 개막 공연과 그랜드 오프닝 메인 개막 공연을 한국이 맡은 데다 개막식에 한복을 차려입고 참석한 이브라힘 축제조직위원장의 모습이 이채로워 마치 한국을 위한 축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