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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펠로 클라우스 디트리히가 전하는 한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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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건물 앞에서. 2010 10월 앞으로의 삶과 연구활동에 밑거름이 될 한국에서의 삶 KF 펠로 클라우스 디트리히가 전하는 한국생활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독일학술교류처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한국언어연수 및 현장연구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들어와 100년 전 한국의 역사 즉, 사람들의 삶과 사건에 관해 연구 중인 클라우스 디트리히.사학자란 지나간 옛 것만을 찾는 사람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하는 그의 시선에는 따뜻함이 묻어있다.  한국의 옛스러움을 사랑하고 동시에 서울이라는 현대적 도시의 삶에 매료되었다는 클라우스 디트리히의 한국생활을 들어보았다.


미지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인연

난 유럽의 현대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로서, 지난 두 세기에 걸친 사람, 재화, 그리고 사상의 국가간 흐름과 같은 현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국제전시회의 교육적 측면에 관한 내 박사논문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었던 주제로, 당시 난 논문작성을 위해 세계유명전시회에 참가했던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교육전문가들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일본은 내 박사논문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렇게 난 처음 동아시아와 접하게 되었다. 미지의 것은 늘 학자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법. 한국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난 이미 한양대 사학과 교수이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인 임지현 교수의 논문을 이미 접한 터였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국가간 비교역사 분야에 있어서는 획기적인 연구기관으로 유럽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또한 한국의 인문학 연구가 성숙기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에서의 주제발표 모습. 2010 2월호기심에서 출발하여 떡볶이와 소주 사랑으로

나와 임교수는 2008년 9월 워싱턴DC에서 처음 만났다. 둘 다 폴란드어에 능한 덕에 우리는 폴란드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한국인과 독일인이 만나 폴란드어로 대화를 나눈 것은 참으로 인상 깊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한국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점점 더 커져 갔고 마침내 박사 후 과정을 위해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독일학술교류처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한국언어연수 및 현장연구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내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어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고 마침내 최종 통과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국에 온 직후 나는 고려대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유럽에 있을 때 이미 한글의 기초를 떼었던 터라 10주간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한국의 일상생활에는 거의 아무런 불편을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나의 바람은 역사책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정도까지 한국어에 능숙해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난 한국음식 특히 떡볶이와 같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처음엔 잠시 망설였지만 소주 또한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취할 정도로 마시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비형대학의 환영만찬. 2010 6월사학자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현재 나는 1880년대부터 1910년까지의 한국교육의 초국가적인 측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인들은 비록 자발적인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유럽과 미국을 모델로 현대적인 교육기관을 세우고자 애썼다. 연구를 위한 자료 검색을 계속하던 중 나는 한국문헌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외국인들에게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급기야 조선후기 외국인 공동체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영국의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지를 통해 19세기말 한국에서의 외국인의 삶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21세기 초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한국에 온 이유는 약 100년 전 한국의 역사 즉 사람들의 삶과 사건들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학자란 지나간 옛 것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20세기 유럽 최고의 사학자인 마르크 블로크가 언급했듯 사학자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 주위의 사람, 사물과 그리고 사건에 주목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삶은 내게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매혹적인 도시 '서울'에서의 현대적 삶에 매료

나는 틈만 나면 과거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그런 사학자는 아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견학 프로그램 중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던 모든 곳들을 나는 사랑한다. 재단의 견학프로그램은 한국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 중 하나였고 다른 펠로들과의 교제는 너무도 유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바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현대적인 삶이었다. 이곳에서의 나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극히 현대적인 경험이었다.
처음 이사를 했을 당시 숙소 주변에는 한옥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그 지역 전체가 재개발로 파괴되었다. 그렇다면 온갖 현대적인 유흥이 살아 숨쉬는 홍대, 신촌, 강남 같은 곳은 어떤가? 오늘의 한국문화를 대변하기에 일요일 오후 홍대앞 카페 파스쿠치에 모여 앉은 젊은이들의 모습만한 광경이 있을까?
이러한 경험들은 앞으로의 내 삶과 연구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확신컨대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한 나의 펠로십 경험은 세계적인 대학에서 교수직을 얻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결국 한국은 사학자로서 나의 우주의 일부가 될 것이고 만일 내가 유럽, 동아시아 혹은 한국의 역사학과에서 첫 교수직을 갖게 된다면 아마 더욱 더 독립적인 영역을 차지하리라. 한국은 또한 독특하게도 식민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공산주의를 한꺼번에 연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몇 달간 내가 경험한 한국은 세계현대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클라우스 디트리히(Klaus Dittrich)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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