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7대학 동양학부 건물(Grands Moulins de Paris)에 한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한국정원이 완성되었다. 지난 2007년 대학 측이 동양학부 건물 5층 옥상에 건물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이후 4년 만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 파리 7대학이 프랑스 한국학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세우게 됐다.
프랑스 한국학의 산실에 자리잡은 한국정원
파리 7대학 동양학부 건물(Grands Moulins de Paris) 5층 옥상에 위치한 한국 정원은 유럽 최대 규모의 한국학 자료를 보유한 동양학 도서관과 이어져 있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파리 7대학의 학생들은 이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회의실과도 가까워 학교 관계자들이 모임을 가질 때마다 한국의 멋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원이 위치한 파리 7대학은 프랑스 한국학의 산실이다. 파리 7대학은 국립동양어문학대학(INALCO)과 더불어 프랑스 최초로 한국학 연구 부서를 만든 대학이며 유럽에서 한국학 전파에 지대한 몫을 해내고 있는 유럽한국학회(AKSE: Association for Korean Studies in Europe)의 창립 멤버인 이옥 교수가 강의를 했던 곳이다. 파리 7대학 동양학부는 대학 창립 당시부터 개설, 운영되었으며, 프랑스에서 드물게 학사, 석사, 박사 전 과정에서 한국관련 강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 중에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설계
한국정원의 내용과 설계를 살펴보면 완공에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원 설계를 맡은 건축사 필립 윤수(Philippe Yoonseux)는 음과 양, 충만함과 부재 등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잘 살린 디자인을 현대의 기술로 구현했다. 솔섬정원(L'ile au Pin/ Island of Pine)이라는 정원의 프랑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50㎡의 사각형 부지 한 가운데 둥근 언덕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고매하게 서 있다. 어려운 역사를 딛고 아름다운 문화와 발전된 경제를 일구어낸 한국인의 강건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소나무 주위 네 면은 곧 박차고 나와 달려들 것만 같은 조선시대 민화 속 호랑이와 한국 전통 문양이 점묘법으로 표현된 유리벽이 둘러싸고 있다. 호랑이는 햇빛이 비칠 때마다 검은색 정원 마당에 거대한 모습으로 나타나 카리스마를 뽐낸다. 유리벽 위로는 한국 시 4수가 천공된 지붕이 처마처럼 올려졌다. 글자 사이로 투과되는 햇살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매시간 서로 다른 매력의 시집을 정원바닥에 펼쳐진다.
지붕에 조각된 시는 ‘용비어천가’를 포함해 김수영의 ‘풀’, 김소월의 ‘초혼’,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은 한국 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 시적 표현의 아름다움에 한 번씩은 감동받았을 작품이며, ‘용비어천가’는 한국 문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한글 문학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김소월의 ‘초혼’과 김수영의 ‘풀’은 각각 일제와 독재라는
한국사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려는 한국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다. 지난 11월 15일 한국정원 개관식에서 파리 7대학 한국학과 전공생이 김소월의 ‘초혼’을 나지막이 낭독할 때 필자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세계 문화의 중심인 파리 한 가운데 내 나라 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을 오롯이 보여주는 공간이 마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는 역할 감당하길
한국어와 한국학 과목이 개설된 프랑스고등사회과학원(EHESS), 국립동양어문학대학(INALCO)이 한국 정원이 있는 파리 13구역으로 이전하면서 한국을 알고자 하는 학생과 대중이 한국정원을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한국정원이 파리지앵에게 한국의 문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한국적 미(美)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사기간도 길고 상당한 예산이 투자된 한국정원 건립사업은 KF와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파리7대학, 한국정원 지지협회의 많은 인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없었더라면 결실을 맺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원을 완공시킨 점뿐만 아니라 많은 지한 인사들이 심혈을 기울인 한국 사랑의 결정체를 프랑스 한 가운데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한국정원이 프랑스 내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프랑스 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고 더불어 한국학 프로그램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령 KF 한국학사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