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바로 삼계탕. 왜냐고? 글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처음 삼계탕을 먹어본 것은 지난 2003년,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던 때의 일이다. 물론 그 전에도 삼계탕에 대해 무수히 들어보았지만,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었다. 수업은 보통 정오쯤 끝났고, 우리 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지하에 있는 학생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곤 했다. 학생식당의 메뉴는 늘 매한가지였는데, 무척이나 특별한 단 하루가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특별했다.
7월 초의 덥고 햇볕이 따가운 날이었다. 매미가 어찌나 시끄럽게 울던지 창문을 닫고 수업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오늘이 초복이라며 한국 전통에 따라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날 학생식당의 메뉴는 오직 하나, 바로 삼계탕이었다. 첫 숟가락을 뜬 순간, 나는 삼계탕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계탕은 닭 속에 쌀과 인삼을 채워 넣은 일종의 치킨수프다. 나는 한국에 살면서 그때까지도 여전히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었던 지라, 전혀 맵지 않은 삼계탕은 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주 맛있고, 속이 꽉 차 있기까지 했다.
삼계탕은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다. 일종의 별식으로, 덥고 습한 여름에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는다. 그리고 실제로 힘이 생긴다. 찌는 듯한 여름에 펄펄 끓는 삼계탕을 먹는다는 건 일부 외국인들에게는 얼핏 극단적이고 이상해 보일 수 있다. 몸이 원하는 것이라고는 차가운 아이스크림밖에 없는 계절에 왜 뜨거운 탕을 먹는단 말인가?
하지만 삼계탕은 단순한 치킨수프 그 이상이다. 중국에서 기원한 한국 속담에 ‘이열치열’이라는 것이 있다. 문자 그대로 보면 ‘열을 더 큰 열로 피한다’는 뜻이다. (영어에는 ‘불로 불을 몰아낸다(fight fire with fire)’는 말이 있다.) 삼계탕은 그 말에 딱 들어맞는다. 한국인들은 더운 날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을 뿐 아니라 덥고 습한 여름에 꼭 필요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 생각은 과학적으로도 옳다. 삼계탕은 우리 몸에 하루에 필요한 지방, 단백질, 비타민을 공급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증명되었다. 내 말이 아니더라도, 인삼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삼계탕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필시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환상적인 맛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이후 수많은 삼계탕집에 가보았다. 모두 많은 손님이 찾는 유명한 집들이었다. 삼계탕에 한약재를 첨가하거나 인삼주를 같이 내주는 곳도 있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삼계탕은 언제나 내게 최고의 메뉴였다. 12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친구들과 함께 찾는 가장 좋아하는 삼계탕집이 두어 군데 생겼다. 하지만 이 한식의 걸작을 수십 번 먹어본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내 삼계탕 편력의 첫걸음이 된, 연세어학당 지하 학생식당에서 처음 맛보았던 그 소박한 삼계탕 맛을 잊지 못한다.
벨랴코프 일리야
KF 문화나눔 홍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