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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학 교육 개혁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지난 4월 11일 존 후드 옥스퍼드대학 총장을 초청하여 제4차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KF Forum)을 개최하였다. ‘21세기 대학 교육 개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존 후드(John Hood) 총장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대학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대학 교육의 사회적 책무를 역설하였다.

제4차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이 대학총장, 교수 및 교육전문가 등 학계 주요 인사를 비롯한 70여 명의 국내외 저명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존 후드 총장은 본 주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옥스퍼드대학의 한국학 현황에 대해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특히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994년 옥스퍼드대학에 한국학강좌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운영을 지원해왔으며, 2007년에는 한국어・언어학 기금 교수직을 설치해 지원함으로써 옥스퍼드대학 한국학 발전의 뿌리 깊은 토대를 마련해준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깊은 사의를 표하였다.



대학이 직면한 과제
‘21세기 대학 교육 개혁’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이번 강연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다양한 역할, 둘째는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과제,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대학의 개혁 방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선 세계화의 가속화, 신지식과 기술의 등장 등 급격한 시대 변화는 대학의 연구 범위 확대와 학제 간 연구, 커리큘럼 및 대학 조직 개편 등 제 분야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은 지적 어젠다를 형성하고, 연구 활동과 장학 제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지역 및 국가 경제에 공헌하며,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대학의 역할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이 직면한 도전 과제들을 네 가지 측면에서 언급하였다. 첫째는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이는 역으로 기회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현상임을 지적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학생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경우 유학생 수가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영국은 두 번째로 선호하는 유학 거점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세계화는 학생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옥스퍼드대학의 경우 현재 교직원의 38%는 유럽연합을 포함해 타 국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화는 학생, 교직원을 포함한 대학 교육에 기회 제공과 질적 향상 등 많은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로는 학자들을 지원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충분한 기금을 유치하는 것이 대학이 풀어나가야 할 또 다른 과제임을 지적하였다. 기금을 지원하는 정부, 자선단체 및 개인 후원자들은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기부금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대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대학이 보유한 자원과 대학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경영하길 기대한다. 바로 여기에 대학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한 것은 대학 자율화와 학문적 자유 또한 정부 정책이나 기부 단체의 간섭에 의해 많은 도전을 받고있다는 점이었다. 존 후드 총장은 대학이 이 같은 외부 도전 과제로부터 대학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음을 역설하였다.



시대에 따른 대학의 변화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변화에 따라 각 대학들은 다양한 방식의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타 대학이나 연구기관, 기업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경계를 허물어나가고 있다.
세계 유수 대학의 해외 캠퍼스 설립이나 미국 MIT 대학 강좌의 온라인 무료 제공, 옥스퍼드대학의 다학제 및 학제 간 연구센터의 설립・운영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옥스퍼드대학은 고기술 벤처 기업뿐만 아니라, 롤스로이스 등 대기업과 산학협력을 맺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세계 최대 헤지 펀드 기업인 맨그룹(Man-Group)이 후원한 옥스퍼드-맨 금융공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경제학, 컴퓨터 공학, 통계학 등의 학계 및 기업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금융공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외부 기관과의 협력이 증대될수록 대학의 투명성 확보 및 경영 전문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존 후드 총장은 강조했다. 예산 규모가 확대되고 외부 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대학은 행정조직과 교수진 및 직원 채용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현재 옥스퍼드대학은 기금 확대를 위해 전례 없는 유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우수한 교수진 및 학생 채용과 학문적 기반의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적 독립이 필수적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 존 후드 총장은 이러한 변화 가운데에서도 대학의 근본적인 사회적 역할은 불변함을 재차 강조하였다. 대학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미래 차세대 지도자를 교육시키며, 우리 사회의 ‘비평과 의식’의 책임감을 학자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인프라를 갖추어야 할 책임이 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교육 자율과 기회 균등간 갈등, 총장 선임 방식, 대학 신입생 모집과 재정 문제, 취업과 진로 등의 문제들에 대해 영국의 사례와 존 후드 총장의 견해를 묻는 질문들이 있었으며, 한국의 현 대학교육의 문제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고민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포럼은 한국의 세계화와 국제적 현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 정치인, 문화인 및 지도자를 초청하여 국제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로 올해부터 개최되고 있는 행사다. 지난 2월에는 조셉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 3월에는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미국 전 대통령을 초청하여 강연을 성공리에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