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닮은꼴 음식:
기분 좋은 통증! 매운 맛 열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뭔가 매콤하고 화끈한 음식이 먹고 싶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이 처질 때 매운 음식으로 자체 처방을 내리죠. 흔히 매운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달리 미각이 아니라 통각으로 분류하는데, 이토록 기분 좋은 통증이 어디 있을까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유쾌한 통증을 안겨줄 칼칼하고 얼큰한 빨간 음식을 찾아 헤맵니다.
한국 대표로는 낙지볶음 당첨. 엄청난 양의 고춧가루와 마늘로 무장한 양념에 버무린 오동통한 낙지를 밥에 비벼 먹으면 온몸의 신경 세포가 곤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여기에 삶은 콩나물을 곁들이면 매운 맛이 좀 가시고 씹는 맛은 더해집니다. 얼얼해진 혀를 조개탕 같은 따뜻한 국물로 달래기도 하는데, 중간중간 마시는 국물이 매운 맛을 더 깊고 그윽하게 해주며, 왠지 모를 시원함도 안겨줍니다.
다채로운 미각의 나라 태국에서 가장 매운 음식으로 손꼽는 팟 프릭 킹은 일종의 태국식 커리 요리로 팟은 볶음을, 프릭은 고추, 킹은 생강을 뜻합니다. 매운 고추와 생강 소스에 버즈아이 고추, 마늘, 양파 등을 곁들이는데 맵긴 해도 달콤한 맛이 느껴져 우리가 기대하는 화끈한 매운 맛보다는 약한 편입니다. 육류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닭고기, 소고기를 넣기도 하고 새우 같은 해산물과 함께 먹는 이들도 많은데, 대개 태국식 쌀밥에 얹어 먹는 것을 즐깁니다.
또 다른 매운 음식은 인도의 빈달루 커리인데요. 일반적인 커리보다 자극적인 맛이 훨씬 강한데 주로 토마토를 넣어서 먹습니다. 인도의 고아 지역이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을 때 포르투갈로부터 유입된 고추를 사용해 매운 맛을 내는 것에서 유래했고, 마늘, 후추, 식초를 함께 넣어 매운 맛을 더했습니다. 중미 카리브해의 자메이카에서도 이열치열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메이카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저크 치킨입니다. 닭고기에 피멘토 고추와 스카치 보넷 고추를 포함해 여러 가지 향신료를 입혀 구운 치킨 요리로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세계 음식으로 꼽히는 별미입니다.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공된 화학 감미료나 다량의 MSG로 인한 매운 맛이 그러할 뿐 고추나 마늘 등 식자재 본연의 캡사이신, 알리신 성분은 지방 축적을 막아주고 면역력 강화에도 좋습니다. 물론 적당히, 아주 적당히 먹었을 때의 얘기니 오장육부를 괴롭힐 정도의 빨간 맛은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