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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2] 문화외교와 재외공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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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2] 문화외교와 재외공관의 역할

류창수 주가봉대사

문화외교란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대 국가와 국민들의 호감을 얻고 이해를 넓혀 나가는 일련의 외교적 노력을 일컫는다. 문화외교는 국가 간 서로 다른 문화, 관습 등으로 빚어지기 쉬운 오해와 갈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고, 때로 다른 외교적 교착 상태를 풀어내고 소통의 끈을 이어 주는 돌파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화외교를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재외공관으로서는 우리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아카데미시상식 등 유명 영화제를 석권하고,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과는 마치 천군만마 같은 소중한 문화외교 자산을 얻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첨단 수출품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듯 K-POP과 한국 영화 등이 세계 유수 공연장과 극장, 안방 티브이를 점유하는 것은 이제는 우리나라가 과거 문화 수입국에서 세계 주류 문화를 선도하는 당당한 문화 공급국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금년도 우리 공관의 문화외교 사업을 구상하던 필자로서는 우리의 엄청난 문화적 성취를 어떻게 더 잘 알리고 문화외교로 빛을 내어야 할지 고민에 더해서 한류의 위상 변화에 걸맞게 우리 문화외교도 변화해야 할 시점임을 느낀다. 그 나라의 위치가 세계 문화의 중심 또는 주변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문화외교의 전략과 전개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작년 가봉 현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국영화제 등 행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 취소되었고, 금년에도 코로나 상황을 보아가며 개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온라인 비대면 행사 등 다양한 창의적 방안의 모색도 필요한 시점이다. 하여간 우리의 문화가 언어와 풍습이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이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고 가슴 벅찬 일이지만 또한 막중한 사명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필자는 금년에 우리 공관이 추진해 나가야 할 문화외교 방향에 있어 다음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첫째로, 우리 문화외교는 이제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교류 방식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 세계 구석까지 뻗어가는 한류는 그 수용 과정이 지역과 문화 배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지역별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방적 전파를 넘어서는 보다 수용국 상황에 따른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운 일부 지역에서는 한류 확산과 전파를 위해 공관이 긴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수도 있다. 현재 가봉에서도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한국 유학생 동창회, 코이카 연수생 모임인 KOICA Club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쌍방향 문화행사가 주가봉대사관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매년 개최되고 있고, 코로나가 극복되는 상황을 보아가며 K-POP 경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둘째로, 우리 한류 팬들을 소중한 문화외교의 고객으로 세심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태어나면서부터 춤과 음악이 생활화된 아프리카의 K-POP 동호회 단체들은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과 감성을 가미해 우리 K-POP을 나름 잘 소화해 낸다. 이들의 공연을 보노라면 새롭고 다양한 한류 콘텐츠 창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금년에 코로나가 극복된 이후 국제교류재단의 후원하에 개최하고자 하는 한국 비보이 그룹의 현지 공연이 가능해진다면 현지 댄스그룹과 합동 공연 등을 통해 현지 한류 팬들이 함께 만드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한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K-POP을 좋아하는 한류 팬들은 대체로 언어, 음식 등 우리의 여타 문화로도 관심을 넓혀가게 됨을 주목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우리는 문화외교를 통해 단지 우리 한류를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한류가 세계 문화자산으로 인류 공공 이익에도 기여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때가 되었다. 때마침 BTS 히트곡들의 가사 내용도 BTS 멤버 자신들이 겪어온 현실에 대한 고민, 삶의 좌절과 외로움 등 세계 젊은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로 많은 위안을 주었으며, 영화 <기생충>도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독창적 영상 언어로 표현하여 세계인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가봉내 팡(Fang)족의 가면(mask)에 영감을 받아 <아비뇽의 여인들>이란 20세기 세계 미술사를 변혁시킨 걸작을 탄생시켰듯이 우리도 한류와 이를 기반으로 한 쌍방향 문화외교를 통해 세계 문화 트렌드 창조와 지구적 공공 이익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큰 꿈을 가져도 될 것이다.


금년 한 해 조속히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우리 한류를 소개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외교 행사들이 당지에서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류창수 주가봉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