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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차’에서 시작한 한국의 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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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차’에서 시작한 한국의 커피 이야기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428잔이라고 합니다. 바쁜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 습관적인 커피 소비, 커피전문점의 증가 등으로 커피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 왔습니다. 지금도 국내 커피 시장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게 더욱 다양하고 차별화된 모습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날로 깊어가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과연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최초의 커피 애호가는 고종황제?

한국 커피의 역사를 말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종황제입니다. 고종황제는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으로 ‘가비차’ 즉 커피를 마신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앞서 조선에서 커피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미 수호통상사절단의 안내를 맡았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은 그의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통해 1884년 1월 조선에서 당시 최신 유행품이었던 커피를 대접받았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관파천보다도 12년이나 앞서 있으며, 알려진 것보다 더 일찍이 조선에서 커피를 마셔왔다는 걸 보여줍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등장, 그리고 다방커피

일제강점기때 등장한 다방이 해방 이후 서울 곳곳에서 개업하면서, 일반인들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피가 대중 음료로 각인된 결정적 계기는 한국 전쟁 당시 주한 미군을 통해 들어왔던 인스턴트커피의 등장입니다. 저렴한 가격의 인스턴트커피를 통해 커피는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대량 보급되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는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인스턴트커피 ‘맥스웰 하우스’와 커피 크림 ‘프리마’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방커피가 만들어졌고, 커피는 명실상부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음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다방 또한 만남의 장소로 각광받았고, 최신 가요와 팝송을 들을 수 있는 젊은이들의 문화 공간으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일상 속에 파고든 커피

1980년대 후반 커피의 수입 자율화가 발표되며 본격적으로 여러 종류의 원두가 수입되고 원두커피 전문점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오픈한 스타벅스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외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났습니다. 대형 카페들은 좋은 품질의 에스프레소 소비와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를 가져오며,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한국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안착시켰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에는 이러한 대형 브랜드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규모 개인 카페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점차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다채로운 원두와 로스팅 방법으로 개성 있는 향과 맛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저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컨셉으로,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으로 성장한 한국. ‘카페골목, 카페거리’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현재 한국 곳곳에는 대형 프렌차이즈와 소규모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이제 커피는 단순한 기호 식품을 넘어 일상 생활 속에서 필요한 식품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19세기 말부터 이어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앞으로도 더욱 깊어지고 뜨거워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이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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