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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 참가기

‘긍정의 힘’ 대한민국을 느끼다  미국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 참가기  지난 7월 7일부터 19일까지 뉴욕, 미시간, 켄터키 등 미국 각지에서 모인 36명의 해외 교사들이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경주 나정에서부터 비무장지대까지 전국을 둘러보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우리나라를 깊이 있게 소개했다. 신라 오릉

지난 주 한국을 다녀온 이래 친지와 친구들에게서 계속 전화가 온다. “어땠어? 한 가지도 빼지 말고 다 말해줘!” 멋진 여행이었다고 말하는 한편으로 얘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관광지를 둘러 보고 해당 국가의 고유 음식을 즐기는 일반적 휴가가 아니라 한국 역사 및 문화와 관련해 참가자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세심하게 잘 짜여진 프로그램의 학술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출국 전에는 연구 주제를 정하고 관련 서적을 독파해야 했고 이로 인해 필자는 한국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식을 습득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는 그저 책 속 지식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동안 한층 더 포괄적인 지식을 얻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모습,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한국인들이 개인 및 국가 전체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같은 것들 말이다.

한 민족 단합의 뿌리를 찾아서

첫 아시아 국가 방문이었고 외국 학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처음이라 며칠 간은 혼란스러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고대와 현대를 오갔고, 낯선 이름과 장소를 계속 기억하기란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점차 스스로 몇 가지 핵심 사안에 대한 통찰적 시각을 갖게 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 첫 순간은 유타 주 솔트레이크 소재 브리검영 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의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박사가 박혁거세 탄생지로 알려진 경주 나정(蘿井)에서 신라 시조에 대한 설명을 할 때였다. 피터슨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이 지역은 여러 부족 국가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는데, 이들 8개 부족이 통합해 최초의 왕을 옹립하며 신라를 건국했고 후에 이 왕국이 한반도 내 최초의 통일 국가를 수립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들 부족 중 5개 부족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현대 한국의 5대 성씨를 이루고 있다고도 했다. 이를 한국이 2천 년 세월 동안 꽤 안정적으로 발전을 이루어왔고 통치 왕조도 단지 3개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결부해 보니 한국이 한 민족, 그리고 한 국가로서 그렇게 단합이 잘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필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공통의 조상과 유산으로 이어진 거대한 대가족과 같다. 이는 현대 한국 문화 및 한국인이 지니는 가치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필자의 눈에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강력한 목적 의식 아래 통합된 모습을 보이며, 이는 이들이 지닌 공동 유산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또한 이러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현재의 경제 및 정치적 성장을 구가하게 된 것 같다.

한국 역사에 녹아 있는 유교의 이해

불국사에서 마크 피터슨 박사와 함께한 필자(왼쪽)이번 여행을 통해 필자는 또한 유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유교의 기본 원칙은 물론 이들 원칙이 한국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오늘날 일상생활 속에는 어떤 모습으로 녹아 들어 있는지 알게 됐다. 피터슨 박사의 안내로 오릉을 방문했을 때 바로 이 주제와 관련해 필자는 또 다른 통찰의 순간을 맞이했다. 오릉을 둘러본 우리 일행은 이 고분에 묻힌 이들의 제사를 받드는 사당으로 향했는데 바로 그곳에서 두 장소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피터슨 박사의 설명을 듣고 이 신라 고분군에 모셔진 왕족의 후손들이 오늘날까지도 이 사당에서 이들 선조를 모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한국인 대부분은 그 조상이 왕족이 아닐지라도 명절이면 조상 묘를 찾아, 화려하게 치러지는 왕족 제사보다는 소규모이기는 하나 가족 단위로 차례를 지낸다고 한다. 조상의 유산을 기리고 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바로 오늘날의 한국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미래에 대한 확고하고 긍정적인 의지

마지막으로 한국의 분단이 얼마나 비극적인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지를 통찰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고대에 뿌리를 두고 가족과 단합이라는 두 요소가 강력한 문화 근간을 이룬 가운데 20세기까지 안정적 길을 걸어온 사실을 고려하니 한국이 분단으로 인해 겪고 있는 지금의 고통을 십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비무장지대 방문은 잔인한 분단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던 일정이었다.
이후에 대일외고생과 고려대 대학원생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대학 교수진을 만나 보니 이들에게서 미래를 향한 열정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교수진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신들의 지식을 우리 일행에게 친절히 알려 주었고, 대학원생들은 그 누구보다도 긍정적이고 존중하는 자세로 금번 프로그램과 관련해 자신이 맡은 바를 열정적으로 수행해 냈다.

대일외고를 방문했을 때는 학교 전체가 한국,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위해 혁신적이면서도 매우 현대적인 방식으로 금방이라도 무슨 일인가를 성취해 낼 것만 같은 십대 청소년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이상에 가득 차 학업에 매진하며 강력한 기를 내뿜고 있었다. 한국의 통일 필요성을 물었을 때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필자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단일 민족으로서의 한국 역사에서 비롯됨이 명백해 보였다. 그러나 통일로 가는 길에서 직면하게 되는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 한국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일로 매진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상주의와 현실적 감각의 조화, 그리고 낙관론에 기반한 확고한 의지가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필자가 배운 큰 교훈이다. 단순히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었던 기회를 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국가, 한 민족으로서의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던 여행이다. 영광스럽게도 금번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었던 데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며 진정 일생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었다는 말로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수잔 씸부렉(Susan Cimburek),
버지니아 페어팩스 조지 마샬 고등학교(George C. Marshall High School) 사회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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