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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에 한국을 바로 알리고 친구를 만들어 왔으니, 나와 국제교류재단은 한 길을 걸어온 셈이죠.”

"'먼나라 이웃나라'에 한국을 바로 알리고 친구를 만들어 왔으니, 나와 국제교류재단은 한 길을 걸어온 셈이죠."

재단 ‘문화나눔 대사’ 이원복 교수 인터뷰

『먼나라 이웃나라』를 모르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1981년 연재되기 시작해 지난 4월, 32년만에 끝난 이 교양만화 시리즈는 지금까지 1700만 권 넘게 팔린 특급 베스트셀러다. 역사와 인문지리 정보를 버무린 이 걸작 만화의 작가, 이원복(67) 덕성여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문화나눔대사’로 위촉되어 다양한 형태로 재단의 국제교류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

Q. 문화나눔대사가 된 지 반 년이 넘었다.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재단 측 요청을 받았어요. 재단의 활동 방향과 내 작품 세계가 통하는 데가 있어 수락했죠.”

Q. 대표작인 『먼나라 이웃나라』는 각국의 역사와 관련지식을 쉽고도 흥미롭게 다뤄 일찍부터 세계화 시대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1975년 독일 유학을 갔는데 역사가 깃든 작은 벽돌 하나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역사 인식이 인상 깊었어요. 81년 잠시 귀국했을 때 소년한국일보 김수남 차장과 포장마차에서 한 잔 하던 중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만화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연재하라며 아예 제목까지 정해주더군요.”

한국 최초의 교양만화는 이렇게 포장마차에서 탄생했다. 당시 대학기숙사엔 35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들과의 대화와 유럽여행을 통해 얻은 산 지식이 만화의 콘텐츠가 됐다.

그로부터 탄생한 열다섯권의 저서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02년 출간된 영문판 ‘Korea, Unmasked’의 인기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소개한 이 책은 한국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필독서가 됐다.

Q. 문화나눔 대사로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지난 6월 독일 고슬라 시에서 열렸던 수교 140주년 기념 ‘한독 포럼’에 참가했던 일, 그리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캐릭터를 제작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Q. 지금까지 다방면에서 활동을 보여주었다. 본인을 한 마디로 규정한다면.

“전 만화갑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화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한 이래 그래왔어요. 전 만화가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렇지만 뜻이 통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 참여하려 해요.”

이 교수는 그런 자세로 2011년까지 한국과 독일, 불가리아 학생들의 합동 일러스트 전을 개최해 왔다. 젊은이들에게 국가도 초월하는 예술세계를 보여주고자 개인 차원에서 7년간 지속했단다.

“일러스트도 이제 국내 독자들만 겨냥해서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세계인의 그림 기호를 알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요. 한데 정년 퇴직 이후 이 대회가 후원과 전담인력 문제로 중단되어 안타깝죠.”

그래서일까. 이 교수는 최근 덕성여자대학교에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 1억 원을 기탁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여전히 의욕이 넘쳤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하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지금도 매일 선릉역 부근의 작업실에 나가 손수 작품을 그린다고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국가별이어서 지구촌 전부를 다룰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중동, 발칸 등 권역별로 나눠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가로 세로 세계사』를 내고 있거든요.”

Q. 30년 째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젊은이들은 당돌할 정도로 발랄하고 능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어렵죠. 상대적 빈곤도 심해지고, 유리천정도 있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할 정도죠. 그래도 자신에게 맞는 틈새를 찾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격려해 주고 싶어요. 저를 보세요. 제가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이 됐을까요?”

환하고 활기찬 얼굴의 이 교수가 그려낼 글로벌 교양만화의 앞날이 더욱 기대됐다.

- 김성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