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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2050전략’과 녹색성장

  • 작성자 이지은
  • 등록일 2021.07.05

카자흐스탄 2050전략과 녹색성장

 

이지은(한국외대)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도 가장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이다. 그간의 다양한 중장기 발전전략은 국가 경제의 성장과 발전 방향에 대한 카자흐 정부의 거듭된 고심의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최신 장기발전전략인 카자흐스탄 2050 전략(Kazakhstan 2050 Strategy)’에는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반영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과 발전 방안인 녹색성장(green growth)’, ‘녹색경제(green economy)’ 개념이다. 기존 경제 성장방식의 한계와 오랜 기간 축적된 생태·환경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카자흐 정부는 기존 성장 패러다임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카자흐스탄 중장기 발전전략 비교: ‘카자흐스탄 2030’카자흐스탄 2050’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은 시장경제로의 전환, 제조업 육성을 통한 산업 다각화, ·가스 수출선 다변화 등을 골자로 한 경제발전에 집중해왔다. 이는 대표적인 갈색경제(brown economy) 정책의 일환으로,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경제 생산과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성장방식이다.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장기발전전략인 카자흐스탄 2030 전략‘2050 전략모두 산업다각화를 통한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갈색경제 위주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녹색경제 분야에서 국가발전의 길을 찾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2050’에서 언급하고 있는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이란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생태·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변화 감축 등을 포괄하는 일종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자흐스탄 2050 전략은 경제 성장을 바라보는 카자흐 정부와 사회의 인식 전환 및 실현 방법에서의 녹색화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카자흐 정부는 녹색성장에 주목하는가?

 

카자흐스탄 입장에서 환경(Green)과 성장(Growth) 두 개의 가치를 조화시켜 자국의 경제를 녹색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에트 통치 시기부터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은 사실상 녹색성장과는 사실상 대척점에 있는 산업·경제구조를 유지,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자흐 정부가 카자흐스탄 2050’에 녹색성장의 개념을 반영한 까닭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만이 정권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 국내 정치 현실 때문이다. 양적, 질적 경제 성장이 정권의 안정과 정당성 확보에 직결되는 카자흐스탄에서 녹색성장 정책 추진은 자원 고갈 이후를 대비할 산업동력원 모색, 저탄소 친환경에너지원 개발 등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집중되어 있다. 동시에, 급속한 산업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생태환경 파괴 및 오염대처 방안 역시 녹색성장의 도입이 없이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다행스럽게도 카자흐스탄은 탄화수소 천연자원(수력, 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잠재력과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들이 카자흐 정부로 하여금 녹색성장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리게 한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녹색경제 주요 목표와 정책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녹색경제 도입으로 GDP 3% 증가, 새로운 일자리 500,000개 이상 창출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40% 감축(2012년 대비) 계획에 총 3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더불어 저탄소 친환경 산업 확대를 통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원 전력생산 비중을 50%까지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원 분야에서 높은 잠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국제기구와 주요 선진국들과 다양한 녹색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 브릿지 파트너쉽 프로그램(Green Bridge Partnership Program 2011-2020)’은 녹색성장을 위한 카자흐 정부의 대표적인 국제협력 정책 중 하나이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유럽과의 협력을 제안한 본 프로그램은 부문 간 경계가 없는 자발적인 다자합작 프로그램이며, 주요 목표는,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녹색 투자 기반 조성, 선진국의 신기술 및 혁신(성과, 프로그램, 체제)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 경제부문 최신화, 장기적인 녹색 일자리 창출 등이 있다. 나아가 신규 녹색 사업 부문의 장기적 개발을 통한 녹색경제 추구, 국내외 정책 개혁 등으로 기존 경제시스템을 녹색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 경제적, 제도적 조건을 구성하는 메커니즘 역시 포함된다.

 

한계, 잠재력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오늘날 카자흐스탄 녹색성장에서의 가장 큰 한계점은 카자흐스탄 내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뒷받침해 줄 기초산업기반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내 가장 경제 수준이 높은 카자흐스탄임에도 태양광, 풍력, 수력, IT 접목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산업다변화정책 속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비중 역시 카자흐스탄의 국가 수입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스 관련 분야에 비해 미미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2050’이라는 장기발전전략은 분명하게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을 언급하고 있으며, 카자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 역시 이 분야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21년 초 토카예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녹색기술로의 이전을 강조하는 발표를 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녹색성장에 의지가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향후 카자흐스탄이 추구하는 녹색경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기존의 유·가스 판매 위주의 단조로운 산업구조는 다각화될 수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잠재력을 가진 다른 중앙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녹색성장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한국-중앙아시아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는 분야이다. 이미 4(2010), 6(2012) ‘한국-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을 통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에 녹색기술 분야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의 관련 민간 기업들도 현지 수요를 파악하여 수년 전부터 중앙아시아 녹색시장으로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녹생성장 분야는 향후 한국-중앙아시아 간 협력의 주요 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