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가스화 정책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학과 강사
김재민
카자흐스탄의 정부 재정과 국가 경제가 석유·가스 산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카자흐스탄의 가스 매장량은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세계 22위, CIS 국가 중 3위이다. 회수 가능 매장량은 3.8조㎥에 달한다. 2019년 카자흐스탄 GDP의 15%를 자원부문이 차지하였고 원유채굴, 인프라 건설, 석유 제품 생산, 기타 서비스 등 석유 가스에서 파생된 연관 산업이 GDP의 21%를 차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정부 예산 중 72%가량이 세금 수입으로 조달되는데, 석유 및 가스 회사들로부터의 세금이 예산의 50%를 차지하였다. 이로 볼 때, 석유 가스를 포함한 자원 분야가 카자흐스탄 산업의 주축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카자흐스탄은 90년대 초까지 농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유지하였으나 경제 개혁·개방과 동시에 석유·천연가스 부문에 대한 외국인투자자금이 대규모 유입되고 CIS 내에서 러시아 다음의 주요 석유생산국으로 부상했다. 2017년부터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을 통해 카자흐스탄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자흐스탄의 가스 산업을 마냥 장밋빛 미래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2010~2020년 사이 국내 가스 소비량이 91% 증가한 점을 볼 때, 공급확대를 위한 산업의 확장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자체 기술력 향상과 투자유치, 저렴한 가격의 가스 공급, 전국적 가스 공급망 확충 등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는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 대부분(아트라우주-45.3%, 서카자흐스탄주-36.6%, 악튜빈스크주-10.5%)이 카자흐스탄 서부에 집중 매장되어 있어 원활한 가스 수송이 쉽지 않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은 내수를 충족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하는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적 편중을 극복하고 전국에 저렴한 산업용, 생활용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지선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인프라 부족이라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까닭에 산업발전과 국내 가스 사용 확대 및 탄소배출 등과 관련하여 카자흐스탄의 가스 사용화 정책은 국가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된 것이다. 2018년 초대 대통령 나자르바예프의 ‘가까운 미래에 실행해야 할 5가지 사회적 이니셔티브’ 발표 내용 중 하나로 가스화 정책이 들어가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가스화 정책에 따라 4개 도시에 가스를 제공할 수 있는 1,081km에 달하는 사리아르카(Saryarka) 가스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현 대통령의 사리아르카 파이프라인의 완공 지시로 에너지부는 2018년 12월에 착공했던 사리아르카(Saryarka) 가스파이프라인 프로젝트 1단계 건설과 시운전을 2019년 12월 27일에 완료하였다. 이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은 크즐오르다(Kyzylorda) 지역에서 시작되어 중심부인 카라간다 지역, 그중에서도 테미르타우(Temirtau)와 제즈카즈간(Zhezkazgan)지역의 171개 정착촌 주민 270만 명에게 천연가스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가스파이프라인을 따라 위치한 지역의 경제적 번영과 중소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가스망 확충에 대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사리아르카 가스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총 4단계의 사업(1단계: 크즐오르다-누르술탄(1,081km), 2단계: 누르술탄-콕쉬타우(276km), 3단계: 콕쉬타우-파블로다르(177km), 4단계: 제즈카즈간, 테미르타우 지역 가스 압축시설 건설)이 완료되면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 예로 수도인 누르술탄시의 경우 ‘누르술탄 가스화 3단계 계획(2019-2023)’에 따라 가스 공급망을 건설하면 유해가스 배출량이 6배 이상(약 4만 톤) 절감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망의 확충 외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소비에 생산 속도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스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맞추어 개발 및 관리 모델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지질 탐사를 통한 가스 자원의 기반 확장은 정부와 국부펀드 ‘Samruk-Kazyna’의 주요 과제다. 생산량 증대와 함께 노후 장비의 교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 체질의 개선을 통해 사회적 취약 계층과 가스 가격에 민감한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와 더불어 수출을 확장하여 국가 재정에 기여하여야 한다. 이에 효율적이라면 민영화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비효율적 중개자를 배제하고 부패의 위험을 줄이는 전자거래 플랫폼 도입은 긍정적이다. 나아가 가스 화학제품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석유 화학 산업과 관련하여 기업은 기본 제품을 국내 및 해외 시장을 겨냥한 산업용 및 가정용 완제품으로 가공하여 부가가치 제고를 이루어야 한다.
향후 국내산업의 활성뿐만 아니라 국제적 변화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산업분야와 환경분야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탈탄소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카자흐스탄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로 배출 균형을 달성하려면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경제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카자흐스탄은 수직 통합형 석유·가스 회사의 개념을 구현하여 가스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 동안 1,300개 이상의 가스화 프로젝트가 주 예산을 희생하여 시행되었으며 1만 8천km 이상의 가스분배 망이 지역에 건설된 점과 예산 기금 외에도 국가적 지원하에 수행된 점을 미루어 볼 때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고 국가의 기본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