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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재집권과 중앙아시아 주변국들과의 관계 전망

  • 작성자 전광호
  • 등록일 2021.08.23

탈레반의 재집권과 중앙아시아 주변국들과의 관계 전망



전북대학교
교수 전광호



최근 탈레반의 카불 입성으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래 20년 간 혼란을 겪었던 주변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한편으로는 중앙아 국가들과 아프가니스탄의 향후 관계에도 관심이 간다.

사실상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9.11 이후 파키스탄에 대한 강한 압박과 함께 시작되었다. 특히 공군기지 제공에 있어 당시 파키스탄 군사정권은 미국의 ‘(파키스탄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엄중한 경고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도화선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아보타바드에서 사살되었다.

이번 미군의 철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재집권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지역 질서에 많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 중 첫 번째는 향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이다. 이들 간의 관계 중 단연 주목되는 것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오가며 그 세력을 키워갈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탈레반 역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다는 파키스탄에서 훈련된 인원들로 충원되어 왔다. 또한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인 ‘넵튠 스피어’ 작전에서 보듯이 이들 양국은 사실상 국경에서의 엄격한 통제가 어려운 지리적 환경 하에 있다. 따라서 탈레반은 물론이거니와 알 카에다의 잔존 세력, IS 등 그 외의 또 다른 제3의 테러단체들이 이 지역을 근거로 세를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계는 이 지역에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 소련권 중앙아시아 국가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관계의 발전 속에서 극단적인 경우 파키스탄의 핵, 대량살상무기 기술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불안이 점점 증대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가들은 중동 국가들과 중아아시아 국가들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관계는 상당기간 긴장관계의 유지가 불가피할 것이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의 전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가 추측이 난무했던 타지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지 않고 UAE로 탈출한 일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딜레마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주타지키스탄 대사는 공개적으로 조국을 배반한 가니 대통령을 맹비난 한 것도 예사로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향후 관계가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통적 라이벌 관계 속에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역내 질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프가니스탄은 상대적으로 파키스탄에 대해서 반감이 있었고, 인도도 파키스탄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협력해 왔다. 그 전통적인 관계가 이제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은 1893년에 영국이 임의로 설정한 듀랜드 라인(Durand Line)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인데, 이 경계선이라는 것이 사실 아프가니스탄의 주류민족인 파슈툰을 분할시켜 그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데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1/3과 절반 이상의 파슈툰족 인구가 주변국에 편입되어버렸다. 오늘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양국 관계가 갈등이 심해진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탈레반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리적 인접성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난민의 유입이다. 아직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분쟁으로 생기는 난민을 수용하기에는 벅찬 상태이다. 또한 그 핵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공백을 이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동시에 탈레반의 득세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똑같이 난민과 아울러 극단주의자들의 중앙아시아로의 유입은 주변국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변수에 중국의 향후 외교정책까지 더해진다면 이 지역의 질서재편은 기정사실이 될 수밖에 없다. 파키스탄의 중국 관계, 여기에 더한 아프가니스탄의 향후 입장에 있어서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나아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중국 및 인접국들인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상호관계는 긴장과 협력의 기나긴 줄다리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러시아 역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지속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파키스탄을 견제하려 할 것이다.

서방 국가들도 비록 미군과 NATO군의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재집권이 이루어진 만큼 당분간 아프가니스탄에 직접 개입하기는 힘들겠지만 또 다른 테러단체의 출현,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의 유입이 현실화 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유동적인 이 지역질서는 향후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의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