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재 남(유라시아정책연구원 원장)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신생 독립국가로 출범한 후 6번째 실시된 우즈베키스탄 대선에서 총 유효투표의 80.31%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하였다. 5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 현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 여타 후보들의 낮은 인지도와 친정부 성향, 반정부 인사들의 출마 저지 등 때문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대선승리는 선거 전부터 명확하였다. 오히려 국내외 관심은 미르지요예프 정부가 지난 5년간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와 득표율, 여타 후보들의 지지율이었다. 참고로 소련시기인 1990년부터 26년간 장기집권한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인 2016년 12월 4일 4명의 후보가 출마한 대선에서 당시 총리로서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미르지요예프가 90.29%의 유효표를 득표해 사상 2번째 대통령이 되었다.
<표> 2021년 우즈베키스탄 대선 결과
대선 후보 |
정당 |
득표수 |
백분율 |
Shavkat Mirziyoyev |
Liberal Democratic Party |
12,988,964 |
80.31 |
Maqsuda Vorisova |
People’s Democratic Party |
1,075,016 |
6.65 |
Alisher Qodirov |
National Revival Democratic Party |
888,515 |
5.49 |
Narzullo Oblomurodov |
Ecological Party |
670,641 |
4,15 |
Bahrom Abduhalimov |
Justice Social Democratic Party |
549,766 |
3,40 |
유효투표 합계 |
|
16,172,902 |
100.00 |
무효표 |
|
39,411 |
0.24 |
총 투표자 |
|
16,212,343 |
100.00 |
총 유권자/투표율 |
|
20,158,907 |
80.42 |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2021_Uzbek_presidential_election (검색일: 2021.11.2)
우즈베키스탄은 선거에 대한 공정성 제고와 국제적 신뢰증진을 위해 국제 선거참관단을 받아들여 왔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OSCE 관련기구, SCO, CIS 등과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해외 언론인과 학자 등 1,000명 이상이 대선과정을 참관하였다. 이들의 대선에 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OSCE를 대표한 민주기구 및 인권사무소, 유럽의회는 미르지요예프 1기 정부하에서 시행된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선이 비경쟁적(uncompetitive)이었고, 반정부 인사들의 후보등록이 거부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이들은 후보와 유권자 간 접촉 및 소통이 불충분했으며, 가장(head of family)의 가족 구성원을 위한 대리투표, 허술한 투표자 신분확인 등과 같은 부정행위가 보고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이 회원국으로 참가하고 있는 SCO, CIS 참관단은 대선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예를 들어, SCO의 부사무총장인 아쉬모프(Yerik Ashmov)는 참관단이 “선거가 우즈베키스탄의 법률에 따라 실시되었고, 후보자들에게도 동등한 언론 접근권이 부여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민주적 선거였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CIS 참관단의 대표인 레베데프(Sergei Lebedev)도 “대선은 우즈베키스탄의 헌법과 선거법을 준수하면서 실시되었으며, 경쟁적이고 자유로운, 그리고 투명한 일반적으로 인정된 민주적 선거의 기존 원칙에 부합된 대선이었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처럼 참관단의 긍·부정적 평가가 존재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선거 때마다 국제 선거참관단을 초청하는 것이 증명해 주듯이 점차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그리고 민주적 선거의 발전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집권후 ‘새로운 우즈베키스탄’(New Uzbekistan)을 건설하기 위한 ‘행동전략’을 채택해 국가·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르지예프 대통령의 부문별 개혁의 내용과 성과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제부문의 경우,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고립주의를 탈피해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경제·금융 개혁을 단행하였다. 즉 외환시장을 개방하고 상품과 노동자들의 국경이동을 위한 장벽을 낮췄으며, 국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0년 1.6%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금년에는 코로나 19 펜데믹 이전 수준인 6.2%의 GDP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정치개혁의 경우, 긍·부정적인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긍정적 평가의 경우,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부문적인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다. 즉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었던 아동들의 면화생산 강제동원을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 결과 국제노동기구(ILO)는 2020년 면화생산을 위해 체계적이고 강제된 아동노동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19년 전임정부의 야만적인 정치·종교 탄압의 상징이었던 자슬릭 교도소(Jaslyk Prison)를 폐쇄하고 정치·종교 사범들 1,000명 이상을 석방하였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정치개혁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좀 부정적이다. 실제로 미르지요예프 정부 출범후 어떠한 반정부 정당도 법무부에 등록하지 못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적어도 2개 정당의 등록이 거부되면서 대선후보 등록이 무산되었다. 또한 언론자유가 부분적으로 통제되고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결성과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외관계의 경우,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국익추구 실용주의 외교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중앙아시아 인접국들과 적극적인 관계개선 외교는 9년 만에 2018년 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를 성사시켰으며,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시켰다. 또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전방위 실리외교는 러시아, 중국, 인도 등과는 물론 미국, EU, 한국, 일본 등과의 실질 협력관계를 강화시켰다. 또한 미르지요예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회담을 주도하였으며, 역내 국가들간 철도망 연결, ‘실크 비자’(Silk Visa) 제도 도입 등을 제안하였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대선 플랫폼에서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 적극적인 비즈니스 및 재정 지원 제공을 통한 빈곤 감소, 농업 효율성 증대, 높은 수준의 교육 제공, 의료 개선, 균형 잡힌 지역 개발, 민주주의적·인본주의적·사법적 개혁 지속, 국가 안보 강화와 적극적인 외교 정책 수행, 문화와 영성(spirituality) 분야의 발전” 등을 위한 국내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제언, 공약하였다.
이들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은 당면한 코로나19 펜데믹 사태의 조기 안정화와 상기 정책관련 부문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실행에 달려있다. 또한 이들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부정부패의 척결, 민주적 정치개혁, 경제개혁의 지속적 실행 등 국내적 여건 조성은 물론 대외 협력확대 기반의 구축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후자를 위해 제2기 미르지요예프 정부는 탈레반 정부와 서남아로의 진출 및 양자협력를 위한 협력기반 조기 구축, 현재 협상중인 WTO 가입의 조기 마무리, 러시아·중국과 양·다자 협력 확대 및 강화, 미국, EU 등 서방국가들은 물론 한국, 일본, 인도, 중동 국가들과의 전략적·실질적 협력 확대, 역내 중앙아 국가들과의 양·다자 차원의 협력 긴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