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의 對아프가니스탄 외교정책의 결정요인
이주연(안양대학교 러시아언어문화전공 강사)
2001년 9월 11일 아메리칸 항공 11편과 유나이티드 항공 175편이 세계 무역 센터를 붕괴시켰다. 미국은 본토에 자행된 테러 사건에 경악했고, 테러의 주범으로 오사마 빈라덴을 지목했다. 그리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알 카에다를 지원하는 탈레반 정부를 붕괴시키고, 과도정부를 설립했다. 2021년 8월 미국의 철수와 함께 20년간의 전쟁이 종료되고,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부가 복귀했다. 탈레반 복귀 이후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은 공통으로 극단 이슬람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비교적 실용주의적 태도로 접근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을 암시하는 등 우호적 태도이지만, 타지키스탄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은 탈레반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접경지역에 군대를 증강하고 있다.
그렇다면, 탈레반 정부 복귀 이후 비교적 타지키스탄 정부가 날 선 비판과 국경 지역에 군사 배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같은 타지키스탄의 행보는 크게 5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소련 붕괴 이후 타지키스탄 내전의 기억이다. 1992년 5월 이슬람주의 세력이 라흐몬 나비예프 정권에 반대하여 무장 반란을 시도했다. 동년 9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두샨베 대통령 관저와 방송국을 장악하기도 했고, 내전은 1997년 유엔 주도 평화 협상까지 5년간 이어졌다. 물론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을 중심으로 평화 협상이 타결되어 내전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내전의 영향으로 약 12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타지키스탄 인프라가 파괴되어 경제적 기반이 붕괴했다. 즉, 타지키스탄 입장에서 과거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과 내전의 기억은 트라우마이다. 따라서 이슬람 원리주의가 타지키스탄 내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의지가 있다.
둘째,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지리적 근접성과 친족 관계로 인한 난민 문제이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약 1,300km 이상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아프간 인구 25% 이상은 타지크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타지크인으로 구성된 난민들은 타지키스탄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타지키스탄은 정부는 난민 10만 명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타지키스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20년 기준 798달러로 빈곤 수준이 높다. 따라서 타지키스탄 입장에서 아프간 난민을 계속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난민들과 함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유입되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셋째, 아프가니스탄산 마약 문제이다. 매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되는 15~20톤의 아편과 70~80톤의 헤로인이 러시아와 유럽의 중간루트로 타지키스탄을 경유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마약 밀매를 근절하는 공식 정책이 수립되었지만, 마약 수송량은 타지키스탄 국내총생산의 3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Zabihullah Mujahid)는 아편을 비롯한 모든 마약의 생산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자히드 대변인은 양귀비 재배가 유익한 소득 수단임을 근거로 양귀비 재배를 근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즉, 탈레반 정부 아래에서 마약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타지키스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밀매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국경 통제능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넷째, 이슬람 원리주의 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공조이다. 타지키스탄은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 CSTO)의 가입국이자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 SCO)의 창립국가로 다자안보협력을 통해 안보위협을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타지키스탄 제201 기지에는 러시아 군인 약 7,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 주변국의 군사적 공조가 가능하다. 가령, 합동 군사훈련 사례로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에서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중국과 타지키스탄은 두샨베에서 합동 대테러 훈련을 진행했다. 즉, 타지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확산할 수 있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공동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국의 의견을 강력하게 호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지키스탄 정부의 국제적 지위 신장이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타지키스탄을 강성 권위주의 체제(Consolidated Authoritarian Regime)로 분류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이코미스트는 타지키스탄을 권위주의 체제로 구분하고 있다. 왜냐하면, 라흐몬 대통령은 1994년 현재까지 27년 동안 권위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라흐몬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아들에게 세습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서방이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타지키스탄에 제기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타지키스탄은 탈레반 정권 수립 이후 빠르게 서방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가령 라흐몬은 10월 11일 브뤼셀에서 유럽 연합 지도자들을 만났고,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즉, 라흐몬 대통령은 탈레반 정부와 대립각을 보이며 마치 타지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는 국가임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서방이 타지키스탄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타지키스탄은 탈레반 정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테러, 마약, 난민 등과 같은 국내요인과 주변 강대국과 서방의 연대 지지라는 국외요인으로 對아프가니스탄 대외정책 노선을 수립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타지키스탄 입장에서 한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국외요인이 강대국들의 이이제이(以夷伐夷)의 성격일 수 있고, 적장 탈레반 정부와 분쟁이 심화하는 경우 강대국들이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아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타지키스탄 정부는 탈레반 정부와의 대립에 있어서 자국의 이익과 러시아, 중국, 서방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