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지키스탄 외교관계 30년: 현황과 전망
이지은(한국외국어대학교)
타지키스탄이 위치한 중앙아시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정부의 주요 협력 대상 지역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북방 국가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목표로 한 ‘신북방정책’의 총 14개 국가 중 중앙아시아 5개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그 중요성과 가치가 재확인된 바 있다. 그동안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들과는 정상외교가 비정기적이기는 하나 빈번하게 추진됐으며, ‘한-중앙아 협력포럼’이라는 다자틀을 통해 중앙아 5개국 고위급 대화가 정례화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번 제14차 포럼은 타지키스탄에서 개최됐으며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외교장급으로 격상되어 진행됐다.
한국-타지키스탄 외교관계는 1992년에 수립됐으나 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서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웃한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 견주었을 때 타지키스탄의 국가 규모가 크지 않을 뿐더러 한국의 대 중앙아시아 정책이 주로 자원외교에 집중된 까닭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이낙연 총리의 타지키스탄 방문과 2021년 박병석 국회의장의 타지키스탄 의회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교류는 서서히 활성화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최근 주 타지키스탄 한국대사관 승격이 결정되면서 향후 양국 간 교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외교채널도 비로소 완비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2017년 이후 매년 한-타 경제공동위원회 개최되고 있으며, 양국 간 항공협정(‘15.8), 이중과세방지협정(‘16.9), 무상원조기본협정(‘20,1), 타지키스탄 ODA 중점협력국(2021-20225) 신규 선정(‘21.1) 등도 체결된 바 있다.
한국에서 타지키스탄은 아직까지는 생소한 국가이다. 그렇지만 해당국은 풍부한 수자원과 수려한 자연환경, 중국-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 젊은 국가, 한류 확산 지역 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부 국경을 접경한 타지키스탄은 기타 중앙아 3국과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진출을 위한 물류 요충지로의 잠재력이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수출시장 및 투자 지역 발굴, 외교·경제 협력 대상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한국에게 타지키스탄은 앞으로 눈여겨볼 협력 대상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 협력을 집중해야 할 것인가? 그간의 양 국간 성사된 총리 회담과 국회의장 회담에서의 주요 논의 사항을 살펴보면, 타지키스탄이 한국과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 산업 육성, 수력발전소 개보수 등을 통한 에너지 안보 확보, 물류 인프라 투자를 통한 지리적 고립 탈피 등을 주요 경제개발 추진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를 고려하여 향후 한-타지키스탄 협력 의제 발굴 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그간의 협력 논의에서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한 수력발전소, 물류(도로, 철도) 인프라 건설에 대한 협력 제안은 타지키스탄의 오랜 문제인 에너지 안보 해소와 지리적 고립성을 완화할 중대한 안건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와 관련한 협력이 실현됐을 때 양국이 가져올 이득은 클 것이다. 특히 수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중앙아시아 수자원 문제와 직결되는 초국가적인 민감성을 지니고 있다. 한정된 수자원의 효과적, 효율적 사용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한국의 수력 발전소 건설 경험이 타지키스탄에서 실현된다면, 중앙아시아 전 국가들과의 상생을 위한 초석이라는 상징성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타지키스탄은 한국의 제 3기(2021-25년) ODA 중점협력국으로 지정된 만큼, 향후 앞서 언급한 해당국의 수요에 기반한 개발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이면 타지키스탄 건국 30주년 및 양국 관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주 타지키스탄 한국대사관 승격, ODA 중점 협력국가 선정, KOICA 상주 주재원 타결 등의 주요 성과를 토대로 이제 양국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이 선언적인 메아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협력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서로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협력 분야의 투명한 선정과 구체적인 실현 방안 및 로드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한-타지키스탄 양국 관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상호 정치, 경제적 윈윈(win-win)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