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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옌칭도서관 1기] 이기영: 첫째달

  • 등록일 2014.11.17

안녕하세요. 저는 10월 1일부터 하버드 옌칭 도서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기영입니다. 첫 수기인 만큼 어떤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실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도서관 인턴에 관심이 있는 분들, 그리고 도서관 전공은 아니시지만 한국학에 관심 있는 분들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수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지원 동기
제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해외에서 한국학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특성이 궁금했고, 그들에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문헌정보학 관련해서 심도 있게 공부를 더 하기 전, 대학에서 배운 지식들을 실제 도서관 현장에서 적용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지원서를 쓸 때나, 도서관과 인터뷰 할 때도 이 점들을 진솔하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인턴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옌칭 도서관은 특히 두 번째 측면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 하버드 옌칭 도서관과 카탈로깅 부서
하버드 옌칭 도서관은 70개가 넘는 하버드 도서관, 아카이브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지닌 도서관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동아시아권 자료지만 서양 언어로 된 것들을 다루는 파트 이렇게 크게 다섯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가치가 있는 고서들은 Rare books Collection 이라고 하여 나라에 상관없이 한 곳에 모아 폐가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파트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Korean Acquisitions & Reference 부서와,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Cataloging 부서(웹사이트에 표기되어 있는 정식 명칭은 Technical Services) 로 나뉩니다. 자료들을 선별해서 수집하고, 이용자들에게 정보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부서가 Korean Acquistions & Reference 부서라면 Cataloging 부서는 이용자들이 자료를 쉽게 검색하고, 검색 화면에서 목록을 보았을 때 그 자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끔 목록 작업을 하는 곳입니다. 카탈로깅 부서는 엄밀히 말하자면 Harvard Library 소속으로, 하버드의 다른 도서관 카탈로깅 부서들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옌칭 도서관의 소관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2. 구체적인 업무와 특징, 느낀 점
현재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업무는 발굴 조사 보고서 목록을 만드는 업무입니다. 예시를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발굴 조사 보고서 책들 이구요. 두 번째 사진은 컴퓨터상으로 특정 발굴 조사 보고서를 목록 작성 중인 화면입니다(일부). 옌칭을 포함한 많은 미국 도서관에서는 목록을 만들 때 MARC21 이라는 툴을 사용하고 있고, RDA 라는 이론을 이 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첨부한 화면은 MARC21과 RDA가 반영되어 있는 모습이라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용자들이 검색 결과로 보는 화면에서는 이러한 기계어가 모두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되어 제시되므로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옌칭 도서관의 경우 앞서 언급했던 MARC21, RDA 뿐 아니라LCC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LCC는 자료에 분류 번호를 부여할 때 적용하는,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제정한 규칙입니다. 또한, 목록 작업 시 로마니제이션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목록을 한국어로 입력할 뿐 아니라, 한국어를 로마 문자로 바꾸어 입력해 줌으로써 하버드 도서관 시스템에서 검색이 용이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어지는 수기에서 더 자세하게 언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목록 작업 시 중요한 것은 Subject Heading 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이는 각 자료마다 그 자료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 목록에 필수적으로, 그것도 가능한 한 상세하게 입력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첨부한 화면에서 파란색으로 밑줄 그어져 있는 부분들이 Subject Heading 입니다. 목록 중인 자료가 발굴 조사 보고서이므로, 관련된 주제로 Antiquities, Excavations (Archaeology) 가 부여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hechon-si(Korea), Korea (South) Chechon-si 또한 주제로 부여 되어 있는데요. 발굴 조사 보고서에서는 발굴 조사한 지역명이 중요하므로, 로마자로 바꾼 제천시라는 지역 이름을 주제로 입력해 준 것입니다. 이러한 식으로 자료에 주제 부여가 되어있어야만, 연구자들이 자료를 언어권에 상관없이 주제 검색으로 찾아낼 수 있어 자료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습니다.
옌칭 도서관에서 목록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점은,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목록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발굴 조사 보고서라고 하더라도 책마다 고유의 특성들이 있기 때문에 목록 작성에 있어 하나의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모든 자료에 RDA 룰을 적용한다고 할지라도, 세세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목록 사서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한 사례들을 목록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RDA룰이나, LCC, Subject Heading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3. 업무와 한국학
KF에서 파견된 인턴인 만큼,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한국학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와중에 한국학 발전을 위해 KF가 옌칭 도서관에 일정한 자료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료 구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자료들이 목록이 잘 되어서, 이용자들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러한 부분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목록 작업은 숙련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 반면, 현재 그 정도의 인력이 없는 실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미국에 식물원 도서관과 같이, 한국학 자료를 집중적으로 필요로 하는 전문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도 일하면서 알게 된 점이라 수기에 적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