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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쥬 드 프랑스 한국학 연구 도서관] 김근영 5개월차

  • 등록일 2015.04.21
[콜레주 드 프랑스 I.E.C 1기] 김근영 : 다섯째 달

  안녕하세요, 지난 가을에 파견되었는데 벌써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서 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턴활동 기간의 절반에 다다랐습니다. 이번 달에는 새로운 경험이나 특별활동 대신에 이곳의 주요 미션이었던 카탈로깅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카탈로깅 업무를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 위주로 나누려고 합니다.


1. 카탈로깅

종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도서관에서 일해요’라고 답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는데요, 저는 주로 책을 검색할 때 해당 책에 대한 표제정보, 발행사항 등을 올리는 것이 업무라 답하곤 합니다. 이렇게 개별 자료에 대한 정보를 일정한 방침에 따라 기술하고, 검색에 필요한 표목이나 청구기호를 기재한 저록을 작성하며, 이것을 일정한 순서로 배열, 편성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카탈로깅’이라고 정의합니다.
처음에 카탈로깅 하는 법을 배우면서 로마니제이션이나 이곳의 목록규칙을 익히는데 새로움이 가득했는데 어느덧 업무가 숙달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개별 자료마다 지닌 예외사항들이 까다로워서 카탈로깅 작업을 보류해 두는 여유(?)도 생기고 나중에 팀에서 함께 상의해서 규칙을 정하고 정리도 하고 있습니다. 또 카탈로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요즘 들어오고 있는 책들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곳에 오면서부터 지속적으로 꾸준히 카탈로깅 하고 있는 신착 자료들은 주로 역사, 철학, 불교관련 도서가 비중이 가장 많은 편이고 문학이나 예술, 사회 관련 책들이 뒤를 잇습니다. ‘한국학’ 하면 물론 한국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IEC에서는 기초학문 관련 도서들을 바탕으로 장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철학, 역사, 문학 관련 도서의 비중이 많고 그밖에 예술이나 불교관련 도서 또한 많습니다. 특히 불교 관련 서적들은 일반 교양 도서부터 심도 있는 주제의 도서까지 폭 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I.E.C에서는 파리의 다른 한국관련 도서관들에 비해 장서의 폭이 넓고 최근 들어 현대도서를 많이 수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이용하시는 분들의 전공분야에 기반하여 필요한 자료를 수서하려고 합니다.


2. 그 밖의 생활

도서관인턴 프로그램 국가 중에 혼자 영어권이 아닌 곳에 있다 보니 다른 인턴선생님들의 수기를 읽을 때면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현대적이고 기술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도서관 운영의 모습, 정책적으로 자료관리에 대해서 장려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번 달에 미국에서 있었던 컨퍼런스 소식을 들었기 때문일까요?! 유난히 문화권의 차이가 크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유럽 도서관의 특색도 나름 있겠지만 그 동안의 생활 속에서, 비단 도서관뿐만 아니라,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무엇을 하던 철학이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뭘 하던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 같고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 그냥 결정하면 될 것처럼 보이는 일들에 답답할 때가 있었습니다. 친구랑 이것을 이야기 하다가 ‘결정에 이르기까지 잘 쌓아놓은 철학’이라는 말 한마디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들 들어, 지금 저희는 도서 레이블이 다 떨어져서 다시 주문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기존 레이블이 너무 오래되었고 재정상의 이유로 크기를 좀 바꿔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책에 붙이는 이름표라고만 생각하면 기존 스타일도 있겠다 그냥 고르면 될 것 같은데 담당 선생님께서 책의 두께마다 고려하시면서 어떤 게 너 나을지고민하실 때에 또 도서관 이관준비를 하면서 몇 차례 새로운 도서관 건축과 관련하여 건축가 한 분 한 분이 각 연구소마다 방문하시고 여러가지 부분을 조율하는 것 등을 볼 때에 충분히 숙고하고 한걸음 딛는 이 문화가 깊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도서관의 시스템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앞으로 사서연수 등의 기회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적어도 어떤 일에 대한 사유의 측면이 확고해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입니다.
이제 다음달부터 인턴 활동 기간의 후반부입니다. 지금까지는 해야 하는 일들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는데 남은 시간들은 하고 싶은 일들을 배워가고 전공분야를 현장에서 배워가고 한국학을 접목시키는 것을 꿈꾸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렇게 다잡은 마음을 가지고 잘 지내다가 소식 또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