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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AS] 지은평 3개월차

  • 등록일 2015.05.04

워싱턴 DC소재의 CNAS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은평입니다. 3편은 지난 2개월간 근무하며 배운 것을 종합해 보겠습니다.



1. 한국은 미국의 안보전략이라는 거대한 체스판의 한 부분: 미국은 전 세계의 패권국가인 만큼, 안보전략의 스케일도 전 세계를 놓고 움직입니다. 단순히 안보 전문가라기보다는 각 지역에 빠삭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안보전략이 짜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안보전략가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이슈들을 열거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남하와 이를 견제하는 미국과 NATO,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재선으로 인한 이스라엘 강경파의 정권 유지와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ISIS 격퇴작전과 시리아 및 이라크 안정화, 이란 핵 협상 타결,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로 인한 해상병참선 충돌,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주변국과의 외교 등이 있습니다. 북한이 요즘 조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고, 그래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가들이 한국에 대해 하는 일의 목적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이전에 중국의 팽창 견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이라는 중견국이 필요한 것이고, 한국이라는 중견국이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지 않고 힘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위협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며,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켜 중국을 견제하는데 활용한다는 대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이러한 미국의 대전략, 특히 아시아 전략의 큰 틀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팽창 견제라는 미국의 국익과 어떻게 한국의 국익과 접목시킬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이 필요합니다.



2. 출퇴근 시간보다는 성과가 중요: CNAS의 공식 업무시간은 9~6시입니다. 하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유동적입니다. 리서치 보조, 기술지원, 행사 준비, 연구비 책정 등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직책에 있는 사람은 매일 사무실에 나오지만,연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사무실에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언론에 계속 아티클을 기고하며, 연구소의 명성에 공헌을 하면 인정받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출퇴근 시간을 잘 지키는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선배 혹은 보스보다 먼저 퇴근한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과가 없더라도 윗사람보다 먼저 출근해서 나중에 퇴근하면 중간은 가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조직문화와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 (실제로 시키는 일이 별로 없음)만 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해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예: 한미 간 국방 이슈 현안에 대한 아티클을 써서 언론에 기고).



3. CNAS는 개인이 성장하기에 매우 좋은 곳: 지난 2편에 언급했지만, CNAS는 작은 기관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능력이 묻히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고, 직급고하를 막론하고 건설적인 의견에 실제로 CEO가 귀를 기울이고, President와 과자를 먹으며 농담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얼마 전에는 CEO와 대화를 하며 북한 핵문제에 대한 생각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안보, 국방, 언론, 정책 쪽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가 알 만큼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CNAS에서 나온 보고서나 아티클이면 일단 신뢰하는 편입니다.따라서 CNAS라는 명망높은 조직의 일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때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써서 여기저기 언론에 기고를 하면 한국의 대학원생 신분으로서는 쌓기 어려운 스펙을 쌓을 수 있고, CNAS내의 명망높은 인물과 Co-authoring을 해서 보고서를 출간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미국 브레인들의 한국 안보에 대한 생각: 미국에는 약 1700여개 가량의 think tank가 있으며 그 중 800여개가 워싱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보 전략을 다루는 think tank 중 가장 영향력이 있는 think tank를 몇 개만 꼽아보자면 CSIS, Brooking Institution, Heritage Foundation, RAND, 그리고 CNAS가 있습니다. 이 5개의 기관이 한국에 대해 내놓는 보고서를 총괄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의 생각은 곧 백악관이 한국에 대한 안보전략을 설정할 때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각 기관마다 한국 문제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릅니다.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순서대로 꼽자면 RAND-CNAS-Heritage Foundation-CSIS-Brooking Institution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후 대비책, 북한의 위협 분석,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선 설정, 중국군과의 원치 않는 충돌 예방 등을 연구하는 쪽은 주로 북한과 싸우거나 북한이 무너질 경우를 상정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쪽에 가까우며, 북한을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질서로 끌어들이는 방법, 이란 핵 협상을 참고한 북한과의 핵 협상 가능성 등을 연구하는 곳은 북한이라는 정권을 그대로 두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워싱턴의 think tank에서 일할 사람이라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하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각 기관의 stance를 잘 파악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또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