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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아스타나 도시 개발과 포스트엑스포 시대의 협력 분야

  • 작성자 우지수
  • 등록일2018.01.15
  • 조회수798

아스타나 도시 개발과 포스트엑스포 시대의 협력 분야

중앙아시아지역전문가/ 시공테크 해외전시설계팀 우지수


아스타나 수도 이전과 도시 개발

오늘 날, 국제사회에서 아스타나의 이름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2017년 엑스포 개최국’, ‘미래 에너지’ 등의 수식어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인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아스타나가 있기까지 약 2세기 동안 이 지역의 성쇠는 다사다난했던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함께 그 맥락을 같이 해왔다.
아스타나 지역은 1824년 ‘아크몰린스크’라고 불리며 19세기 중엽부터 차츰 도시 형태를 갖추었다. 1868년 이후, 러시아 지배 아래 있으면서 옛 카자흐스탄 지역의 행정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20세기 중반 이 지역은 밀 생산 증가계획에 따라 처녀지 개간 지역으로 정해졌고 첼리노그라드(처녀지의 도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이심강의 우측 지역을 중심으로 그 북측을 산업지역, 남측을 주거와 휴양지로 하는 개발이 진행되었고 이때 건설된 교통, 주거 등의 도시기반시설과 그 건설 계획의 주요 골격이 현재까지도 남아있다.
1991년 카자흐스탄이 독립하면서 소비에트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문화를 부활하자는 취지로 카자흐스탄어로 하얀 무덤을 뜻하는 ‘아크몰라’로 도시의 명칭이 복원되었다. 기존 수도인 알마티가 남동쪽 변방에 치우쳐 있고 인구 과밀과 대기오염, 남과 북으로 이원화 된 민족 통합 등을 이유로 1994년에는 수도를 이전하자는 동의안이 최고 의회를 통과했다. 이후, 8개의 도시들을 신수도 대상지로 비교 검토하여 최종 아스타나가 최적지로 선정되었으며 1995년 9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신수도 형성’에 관한 법령을 통해 아스타나를 카자흐스탄의 미래수도로 공포했다.
1998년 4월 국제지명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설계한 일본 건축가 기쇼 구로카와(Kisho Kurokawa, 1934-2007)의 마스터플랜이 도시 설계안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당시 쿠로카와의 설계의 주요 개념은 바로 도시의 ‘공생’과 ‘신진대사’이다. 즉 자연과 도시, 과거 도시와 신도시의 공생과 선형 조닝방식을 채택해 지역의 수요가 발생하면 그에 맞추어 도시 개발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조절 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쿠쇼 키로카와의 마스터플랜
(2001)
출처: Astana-topia

이러한 도시개발 계획을 진행하면서 당시 아크몰라가 내포한 부정적인 의미, 천문학적인 개발비용, 척박한 기후 등을 이유로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고 새로운 수도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98년 5월 아크몰라를 카자흐어로 수도를 의미하는 ‘아스타나’Capital of City)로 개칭하였다.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행보에 발맞추어 1999년 유네스코(UNESCO)는 다민족이 공존하는 수도로서 아스타나에 ‘평화의 도시’라는 지위를 부여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카자흐스탄의 수도이전을 통한 독특한 국가발전과 민족화합을 위한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개발 과정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한창이던 2007년에 방문한 아스타나의 모습은 구도시와 신도시의 개발 차이가 뚜렷해 보였다. 그 차이는 아스타나의 북쪽에 위치한 기차역에서 이삼강을 건너 남측으로 갈수록 더욱 분명해 졌다. 남측으로 가면 아스타나가 내세우는 자랑스러운 건축물들이 있었지만 그 수도 많지 않았다. 피라미드, 바이테렉, 대통령궁, 서커스장, 대형 쇼핑몰인 메가가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관광지의 전부이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채비를 하면 하루 일정으로 아스타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물론, 관광을 위한 대중교통시설,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행정 수도로서의 기능적 도시라는 이미지가 두드러졌다.


) 2006년 바이테렉 및 아스타나 전경 우) 2008년 아스타나 대통령궁 및 피라미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10년 아스타나의 미래 비전에 대한 인터뷰에서 아스타나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수도이자 카자흐스탄 사람들을 통합할 수 있는 희망적이고 강하며 번창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 재차 그 개발의 당위성과 비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스타나의 개발이 시작되고 10년이 넘은 2013년에도 아스타나는 여전히 이심강의 우측에 주요 인프라가 편중된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도시의 과거를 소비에트의 잔재로 여겨 무분별하게 청산하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도시 과거부터 오랜 기간 동안 정착한 사람들의 주거지역 또한 개발에 소외되어 ‘불공평한 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Natalie Koch, 2012).
2015년 5월 유럽연합에서 영향력 있는 시사저널인 ‘Moderndiplomacy’는 아스타나가 여전히 뉴욕, 런던, 일본과 같이 그 주변의 중·소도시와 그 밖의 지역에서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 통합의 중심을 이루는 광역도시(metropolitan)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도시개발 정책에서 지칭하는 세계적인 도시(global city)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도시개발의 촉진제, 아스타나 엑스포

아스타나의 도시 개발은 2012년 경쟁상대인 벨기에를 큰 표 차로 제치고 아스타나가 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때부터 2017년 6월 10일 국제행사를 위한 무대, 미래 에너지를 꿈꾸는 미래 도시로의 탈바꿈을 재촉했다. 물론, 이러한 개최지 확정 후 곧 바로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빠른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2016년부터 2017년 엑스포 개최 당일까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아스타나의 하루하루는 새로웠다.
엑스포를 대비해 교통수단, 주거단지, 첨단산업시설, 휴양 및 스포츠 레저시설 등 아스타나의 전체적인 인프라를 강화하고 재정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편중된 개발로 평가받았던 아스타나 도시 개발이 서서히 균형을 잡았다. 특히 그동안 나자르바에프 대학과 아스타나 국제공항을 제외하고 특별한 인프라가 없었던 아스타나 남쪽이 개발되었다. 대규모 엑스포 시설과 행사 기간 동안 초청한 외국 관계자들을 위한 주거단지, 그리고 쇼핑, 문화생활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을 한 곳에 밀집해 건설함으로써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 2014년 아스타나 항공사진 우) 2016년 아스타나 항공사진
2년 사이 아스타나 남쪽의 개발이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엑스포 기획 단계에서부터 엑스포 단지 중앙의 원형 건축물인 누루에렘(Nur Alem)을 제외하고 모든 엑스포 건물을 사무용으로 건설하였다. 엑스포 폐막 이후 누루에렘의 전시만 상설로 유지하고 그 외 전시관은 철거 후, 증권거래소, 개별 증권거래사, 은행을 포함하는 국제금융센터, 국제 비즈니스 단지 및 엔터테인먼트 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업무단지로 재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아스타나 엑스포를 계기로 아스타나에는 1000개 이상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났고 외국인 사업자와의 해외 비즈니스 및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들의 고용이 증가해 국제 비즈니스 소양을 갖춘 국가로 발전했다. 엑스포 이전부터 아스타나를 세계를 무대로 하는 지식기반형 산업 도시로 계획한 것이다.
아스타나 주택 분야를 봐도 2016년 1분기에만 1억5천9백만 달러(당시 한화 약 1조 9천억 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었다. 이는 2015년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 25% 증가한 수치이다. 2017년 1월~2월에만 아파트 18,000채가 새로 지어졌으며 2016년 같은 시기에 비해 23% 증가한 수치이다. 앞으로 아스타나의 행정수도이자 국제지식산업 도시로 도약할 미래의 인구유입을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아스타나의 전체적인 도시 인프라와 엑스포 시설 또한, 엑스포 주제인 ‘미래에너지(Future Energy)’에 맞추어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도록 도시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아크몰라 지역의 예레이멘타우 지역에 45MW급 풍력단지를 건설하여 아스타나 엑스포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고 아스타나 곳곳에 소형 태양열 집열판과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여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했다. 이는 기존 화석연료에 친숙한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적극 활용하고 미래와 환경에 주는 중요성 등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했다.
국내 및 국외 대규모 관람객의 유입에 대비해 비단길의 중심을 잇기 위한 누르졸(Bright Road) 철도를 신설했다. 누르졸 역의 시설을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활용해 설계했고 철도 침목도 자연친화적인 기술을 채택해 설치했다. 철도 침목은 1키로미터당 폐타이어 35톤과 버려진 플라스틱 35톤으로 만든 것으로 기차가 10번~15번 지나가면 그 진동을 활용해 시간당 전기 140킬로와트를 생산해내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 연간 1200만 승객을 대응하기 위해 아스타나 국제공항의 새로운 터미널을 추가로 건설하였다. 기존 터미널은 국내선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터미널은 국제선으로 이용하였다. 이러한 도시의 재정비를 통해 1997년 아스타나로의 행정도시 이전 이래 최대의 규모와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었다.


행정도시 이전 이래 최대 및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아스타나 모습

포스트엑스포, 질적 도시 개발과 한국의 협력 방안

한 도시의 발전은 인구, 경제규모, 도시의 공간 팽창 등과 같은 양적 성장과 질적 도시민의 삶의 질, 충실한 도시기능 내적 기능 등을 나타내는 질적 성장 두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또한 바람직한 도시 발전은 이 2가지 측면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1995년 수도로 공포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봤을 때, 아스타나의 현재 상태는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달성하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앞으로의 과제는 도시 전체의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 사회복지 보장 서비스 확충과 건강과 교육 서비스의 증가, 문화 및 여가생활 시설 확충, 공평한 시민참여 기회 제공 등을 통한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아스타나와 한국의 협력 분야 또한 도시의 질적 성장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현재 자사와 아스타나의 포스트엑스포 프로젝트도 미래 아스타나의 지식산업 발전에 대비해 미래 국가의 성장 주역을 주요 타겟으로 한 교육적인 전시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아스타나의 미래를 위해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아스타나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며 더불어 자사 및 한국과의 협력 및 교류의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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