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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SPRING

목조 건축의 가능성을 향한 실험, 건축가 조남호

조남호(Cho Namho)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건축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곱씹게 된다고 평가받는다. 1995년 솔토지빈(Soltozibin Architects, 率土之濱)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그는 기획과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건축을 만든다고 여기며, 목구조 시공 기술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부터 오랫동안 목조 건축의 가능성을 좇아왔다.

목재의 세포벽은 다공성(多孔性)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남호는 이러한 목재의 특성을 확장해 ‘숨 쉬는 폴리’ 건물 외벽을 다공성 목구조로 디자인했다. ‘기후 위기가 건축의 중심 과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풀어낸 프로젝트이다.
ⓒ 윤준환

건축가 조남호는 현대적인 구법을 통한 목조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해 왔다. 솔토지빈 설립 이전에 국내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먼저 실무를 익힌 그는 비교적 규모가 큰 건물을 설계하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 여파로 사무소 존속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는 수주에 급급해하는 대신 사무소의 성격을 학습 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솔토지빈은 미래 지향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건축 생산 체계에 관한 대대적인 연구를 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 전략에 대한 고민까지 포함되었다.

그때 주목하게 된 것이 목조 건축이 지닌 가능성이었다. 설계 사무실에서 철근콘크리트조의 분업화된 공정을 주도하는 것보다는 목수라는 전문가와 함께 직접 시공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목조 건축이 그에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제대로 된 현대적 공법들이 발달하지 못한 한국의 목조 건축 시장에도 새로운 공법의 고안이 필요해 보였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한국에는 일부 한옥들을 제외하고는 목조 건축이 거의 사라진 실정이었다. 솔토지빈이 설립되던 무렵, 북미 양식의 경골목구조가 유입되면서 경기도 일산을 중심으로 신도시에 목조 주택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북미 양식의 목조 건축을 그대로 수입한 것에 불과했고, 공급 방식과 공사비 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러한 사회적·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남호는 한국 현대 건축에서 많은 부분이 목조 건축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제성, 환경 문제, 건축적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그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리라고 본 것이다.

조남호는 건축과 사회, 삶의 관계를 탐색하는 건축가이다. 특히 그는 목구조와 현대적 공법을 접목하면서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염두에 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 스튜디오 켄

변용과 진화

새로운 건축 생산 체계에 대한 탐구는 프로젝트를 거듭해 나갈 때마다 변용되고 개진되면서 점점 진화해 갔다. 그 시작점에는 1999년 완공한 신원동 주택이 있다. 신원동은 서울 도심과 수도권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고층 빌딩들이 인접해 있으면서도 동네 안에는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경작지가 존재한다. 조남호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도시 생활과 전원 생활이 절충될 수 있도록 집을 디자인했다. 그 바탕이 된 게 철근콘크리트조와 목조가 혼합된 복합 구조였다. 시공까지 도맡았던 이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었다.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 교원그룹 게스트하우스(2000)는 준공하던 해에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을 정도로 이목을 끌었던 프로젝트다. 당시 목조 건축에서는 드물게 주택 10채로 구성된 큰 규모였고, 중목 구조를 포함한 여러 목공법이 적용됐다. 구조 엔지니어링을 뒷받침할 국내 기업이 없어 캐나다 및 뉴질랜드 회사와 협업해 완공했다. 조선 시대 교육 기관이었던 서원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건축물은 전통 건축과 새로운 목조 구법 사이에서 제3의 유형을 탐색하는 작업이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립대학교 건설공학관(2005)은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에 경골목구조를 활용한 우드월 시스템을 접목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경골목구조는 구조 자체이면서 단열재를 채우는 틀, 마감재가 붙는 벽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건축가는 이에 대해 “목구조의 놀라운 효율에 주목하게 되면, 한옥처럼 기둥과 보의 구조미를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공법을 표현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의 기점이 되었다.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은 부재를 짜맞추는 기법을 통해 새로운 목조 건축의 형식에 도전한 작품이다. 목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한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1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 박영채

서울시립대학교 강촌수련원(2009)에서는 모든 부재의 규격을 통일시켰다. 기둥이나 보 등 각기 역할과 조건이 다른 요소들에 폭과 길이가 동일한 부재를 사용한 것이다. 한 가지 종류의 부재가 전체를 관통하면서 통합된 분위기와 질서를 갖추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트러스 원리를 활용한 복잡한 구조적 전략이 요구되기도 했다. 이 건물에는 건축의 중심을 해체하고 상징적 요소를 없애 공간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현대 건축의 특징이 담겼다.

비교적 최근작인 인왕산 숲속쉼터(2019)에서는 전통 목구조의 핵심 요소인 기둥과 보의 결합을 드러내지 않고, 기둥 사이에 지붕판을 끼워 넣어 마치 거대한 판이 떠 있는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냈다. 결구이지만 비결구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일종의 역설이다. 일반적으로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구조는 완결된 프레임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건축물에서는 시선이 내부 공간으로 쏠리기보다 바깥의 자연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비결구적 결구를 사용했다.

인왕산 ‘숲속쉼터’는 부재들을 입체적으로 조립해 3차원의 구조물을 조립하는 목구조의 전형적인 구법에서 벗어나 있다. 건축가는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기둥 모듈의 1/2 간격으로 목재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지붕판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목구조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했다.
ⓒ 신정식

숨 쉬는 건축

조남호의 글과 말에는 “숨 쉬는”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광주폴리(Gwangju Folly)’는 광주광역시가 구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 중인 도시 재생 사업인데, 조남호가 최근 광주폴리에서 선보인 작품의 제목 역시 ‘숨 쉬는 폴리’ (2023)다. 그에게 건축이 숨 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으니,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말 그대로 건축물의 외피가 숨을 쉬는 것, 즉 바람이 통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단열 문제와 상충된다. 현대 건축은 기본적으로 단열과 기밀(氣密)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내부와 외부를 단절시킨 다음 열이나 오염 물질을 내보내 내부를 쾌적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콘크리트 건축물에서 단열과 방수, 기밀이 이런 방식을 따른다. 숨 쉬는 폴리는 숨 쉬는 재료와 숨 쉬는 결합 방법으로 벽체를 구성했다. 나무라는 취약한 재료가 근대 이후의 건축이 지향해 온 강함의 원리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던 프로젝트다.

서울숲에 위치한 야외 공연장 ‘숨 쉬는 그물’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조남호는 1미터 간격의 목조 유닛을 그리드 형태로 쌓아 올려 건축물을 완성했다. 그 결과 벽의 구멍은 새 집이 될 수도 있고, 풀과 꽃이 자랄 수도 있는 유연성을 지니게 됐다.
ⓒ 윤준환

두 번째로 “형태를 구상하고 재료를 선정하고 디테일을 계획하는 건축 생산의 전 과정을 포함하여 그 이후의 사용과 유지 보수, 그리고 폐기에 이르기까지 주변 환경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건축이 바로 숨 쉬는 건축”이라고 그는 정의한다.

숨 쉬는 폴리는 두 의미를 모두 충족한다. 우선 기능과 형태에 있어 숨 쉬는 건축이다. 목재 자체는 습기를 머금고 내보내는 기능을 하며, 외피와 내부의 구성은 숨 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탄소 배출량은 콘크리트 건축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로 줄었다. 태양광 전기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그마저도 상쇄시킨다면 15년 뒤에는 탄소 배출 제로 시설이 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다산동 주택은 주거 공간에 대한 건축가의 실험을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 집의 1층과 2층은 갤러리 형태로 디자인되었는데, 집주인 부부가 오랫동안 수집해 온 미술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교류와 소통의 역할을 수행한다.
ⓒ 김용관

비판과 탐색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적 앎과 이론적 앎의 앞에 기술적 앎이 있으며, 기술이야말로 새로운 것을 창안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남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 25년 동안 목구조를 현대 건축에 적용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국내 목조 건축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한옥이라는 전통 목구조 양식에 갇혀 있는 건축 설계를 문제로 꼽는다. 한국은 7세기에 황룡사 9층 목탑을 설계하고, 8세기에 석굴암 같은 우수한 건축물을 지은 국가다. 그러나 조선 시대부터는 혁신적 건축이라 할 게 없다. 고유한 건축 유형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다른 나라들과 대비된다. 그들은 고대와 중세를 거쳐 높은 수준의 장인들, 학자에 버금가는 기술자들을 길러냈다. 반면 조선은 기술을 천하게 여기는 사회였으므로 혁신이 일어나기는 힘들었다. 이러한 흐름에 더해 일제강점기 때는 건축 교육의 공백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그는 한옥 육성책의 보수적 성향을 지금 한국 건축계가 극복해야 할 고질적 문제로 진단한다. 목조 건축에 전통적 한옥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자리걸음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건축가들의 솔직한 비판이 동반되어야 하며, 기술적 탐색과 보완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세미(Park Semi) 건축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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