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겨울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 - 오뎅과 군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이것은 김승옥(Kim Seung-ok 金承鈺)의 유명한 단편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시작 부분이다.
한국의 ‘포장마차’는 서부 개척 시대 미국의 그것과 달리 말도 없고 달리지도 않는다. 이동 수단이 아니라 길 가다가 들어가, 마시고 먹고 떠나는 노변 선술집인 것이다. 이동 수단과 공통점이 있다면 포장이 씌워져 있다는 점, 접근하기 쉬운 길가에 서 있다는 점뿐이다.
밤에만 나타나는 이 길가 음식점들은 이 나라 도시 풍경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다. 이제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난했던 1964년의 모습과 달리 메뉴가 다양해졌다. 어묵은 물론 꼼장어, 닭발, 돼지갈비, 순대, 튀김, 떡볶이, 우동 등 화려하다. 1960년대의 명물 군참새는 이제 없다. 카바이트 불 대신 전등불이다. 한국 전쟁의 유물이었던 염색한 군용 잠바 대신 블루진에 캐주얼 재킷 차림의 젊은이들을 쉽게 만난다. TV 드라마에서는 실연이나 사업 실패로 상심한 남자 주인공이 혼자 소주를 마시고, 우연히 그 옆을 지나가던 여성이 보고 다가와서는 벌써 취하여 인사불성인 그를 위로한다. 그러다가 반전이 일어나려는지 곧 ‘다음 회에 계속’이라는 자막이 나오곤 한다.
그만큼 손님이 즉흥적으로 쉽게 찾아드는 이 길가 비스트로는 이 나라 사람들의 가슴속에 짙은 향수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뜨내기 영업소들은 대부분 불법이다. 그래서 가끔 이 포장마차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기이한 합법적 현상도 생겨난다. 포장마차에는 한국 현대사의 애환이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