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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WINTER

Books & More

『 철도원 삼대 』

황석영 작, 김소라/배영재 번역, 486쪽, 16.99 파운드, 스크라이브 퍼블리케이션즈(2023)

세대를 거쳐 이어온 투쟁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의 철도처럼 한국 근대사를 꿰뚫고 있다. ‘기차’하면 떠오르는 낭만적인 감성과 달리, 철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억은 쓰라린 비극으로 가득하다. 철도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멈출 수 없는 근대 사회의 힘, 불과 철을 동력으로 삼아 밝은 미래로 질주하는 모습, 사람과 장소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연결성의 시대 등이다. 하지만, 소설 속 한 인물의 표현처럼, 한국의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철도 부지를 만드느라 집에서 쫓겨나야 했고, 선로 작업에 동원되어 노동 착취를 당했다. 영문본 제목(『Mater 2–10』)은 당시 사용된 전설적인 기관차의 모델명이다. 소설은 민족 분단이 상징이 된 기관차를 제목으로 삼음으로써, 또 다른 비극의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이진오가 공장 폐업에 항의하며 농성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물리적 세계는 우뚝 솟은 공장 굴뚝 꼭대기로 한정되어 있지만, 자신의 기억, 그리고 할머니와 친척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회상하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이진오의 가족은 한반도 철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증조부 이백만은 어릴

적에 기차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아들의 이름을 각각 일철(한쇠), 이철(두쇠)로 지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은 기회와 착취라는 철도의 양면성을 상징하듯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 형 일철은 철도 종사원이 되어 기관수 자리까지 올라,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일제의 억압에 시달리며 그들의 입맛대로 맞춰야 하는 삶을 살게 된다. 반면, 동생 이철은 공산당원을 만나 노동운동가가 되어, 끊임없이 경찰에 쫓기는 신세임에도 정직한 양심을 갖고 살아간다.

결말이 명쾌하게 정리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진오가 사측에 맞서 농성을 벌이는 모습은 식민지 시대와 해방 후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국내 노동자들이 이어간 투쟁을 상기시킨다. 노동자 계급이 형성된 이래 투쟁의 역사는 계속되어 왔다. 이진오는 결국 자신도 무대에서 하나의 배역을 맡은 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하기로 결심한다. 『철도원 삼대』는 과거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발견해낸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한 가지 언급할 것이 있다. 문학 번역은 매끄럽고 튀지 않아야 (즉, 순화 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대표적이지만, 이 작품의 번역자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지워버리지 않기 위해 친족 호칭과 지위 등 원문의 특정 요소들을 그대로 살렸다. 결과적으로는 독자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적인 용어의 사용으로 훨씬 더 풍부한 내러티브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작, 안선재/김지형 번역, 278쪽, 28달러, 하와이대출판부(2024)

전 세계의 노동자들을 위한 목소리

1984년 27세의 한 공장 노동자가 박노해라는 필명으로 시집을 출간했다(‘노해’는 문자 그대로 ‘노동자의 해방’을 뜻한다). 군사정권의 금서 조치와 저자를 밝히기 위한 경찰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가까이 판매되었다. 『노동의 새벽』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전에 발표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으로, 40년이 지나서 발표된 영문판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준다.

박노해의 시는 노동자의 글 답게 담백하고 소박하다. 화려한 기교 없이, 평범한 노동자의 담담한 언어가 시인의 감정과 경험을 빛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권력자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빈부 격차의 문제를 고발하며, 평화로운 삶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갖고, 절망에 굴복하지 않는 박노해 시인의 작품에 독자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위한 밝은 새벽을 꿈꾸고 있다.

국내 독자들이 영문본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원문 전체가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에 실린 두 편의 글은 박노해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설명을 제공한다. 지금도 곳곳에서 투쟁하고 있는 억압받는 이들에게, 박노해 시인의 이번 영문본 작품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힘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만나다

국가유산진흥원
https://www.kh.or.kr/visit/en

한국의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만나다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은 한국의 유•무형 자연,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소개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북쪽의 강원도부터 남쪽의 제주도까지 전국의 75개 국가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10가지 방문 코스를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 민속 음악, 사찰, 유교 문화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 코스를 통해 일반적인 관광지를 넘어선 새로운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홈페이지에서는 운영 시간, 입장료, 상세 길 안내 등 75개 국가유산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가이드북과 지도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외국인 방문객은 각 코스 체험을 기록할 수 있는 ‘여권(스탬프북)’을 인천공항 여행자 센터에서 신청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찰스 라 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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