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의 철도처럼 한국 근대사를 꿰뚫고 있다. ‘기차’하면 떠오르는 낭만적인 감성과 달리, 철도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억은 쓰라린 비극으로 가득하다. 철도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멈출 수 없는 근대 사회의 힘, 불과 철을 동력으로 삼아 밝은 미래로 질주하는 모습, 사람과 장소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연결성의 시대 등이다. 하지만, 소설 속 한 인물의 표현처럼, 한국의 철도는 “조선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맹글어진” 것이었다. 한국인들은 철도 부지를 만드느라 집에서 쫓겨나야 했고, 선로 작업에 동원되어 노동 착취를 당했다. 영문본 제목(『Mater 2–10』)은 당시 사용된 전설적인 기관차의 모델명이다. 소설은 민족 분단이 상징이 된 기관차를 제목으로 삼음으로써, 또 다른 비극의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이진오가 공장 폐업에 항의하며 농성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물리적 세계는 우뚝 솟은 공장 굴뚝 꼭대기로 한정되어 있지만, 자신의 기억, 그리고 할머니와 친척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회상하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이진오의 가족은 한반도 철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증조부 이백만은 어릴
적에 기차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아들의 이름을 각각 일철(한쇠), 이철(두쇠)로 지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은 기회와 착취라는 철도의 양면성을 상징하듯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 형 일철은 철도 종사원이 되어 기관수 자리까지 올라,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일제의 억압에 시달리며 그들의 입맛대로 맞춰야 하는 삶을 살게 된다. 반면, 동생 이철은 공산당원을 만나 노동운동가가 되어, 끊임없이 경찰에 쫓기는 신세임에도 정직한 양심을 갖고 살아간다.
결말이 명쾌하게 정리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진오가 사측에 맞서 농성을 벌이는 모습은 식민지 시대와 해방 후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국내 노동자들이 이어간 투쟁을 상기시킨다. 노동자 계급이 형성된 이래 투쟁의 역사는 계속되어 왔다. 이진오는 결국 자신도 무대에서 하나의 배역을 맡은 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하기로 결심한다. 『철도원 삼대』는 과거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발견해낸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한 가지 언급할 것이 있다. 문학 번역은 매끄럽고 튀지 않아야 (즉, 순화 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대표적이지만, 이 작품의 번역자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지워버리지 않기 위해 친족 호칭과 지위 등 원문의 특정 요소들을 그대로 살렸다. 결과적으로는 독자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적인 용어의 사용으로 훨씬 더 풍부한 내러티브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