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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er Pastures

2024 SUMMER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만나 CEA(Manna CEA)

만나CEA는 기술로 농업의 미래를 이끈다. 환경제어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결합해 환경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농업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나아가 기후위기로 인한 세계 식량 부족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제어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 농법 기술로 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만나 CEA의 전경
ⓒ MANNA CEA

만나CEA 전태병 대표는 충북 진천에서 40종의 작물을 재배하는 30대 젊은 농부다. 그러나 전 대표는 작물에 직접 물과 비료를 주지 않는다. 그가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제어시스템이 알아서 작물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농업용수 부족과 비룟값 인상, 인력 부족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농부인 동시에 공학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로운 기술의 탄생

전태병 대표는 창업 전까지 농사를 지어본 적 없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졸업을 앞두고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 대표는 우연히 적정기술을 알게 되었다. 적정기술이란, 기술이 사용되는 공동체의 정치‧문화‧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적정기술에 대해 들었을 때, 평소 관심을 두었던 농업과 전공 분야인 시스템제어기술을 접목한다면, 세상에 이로운 기술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후 변화, 농촌 인구 고령화 등 농업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었거든요. 재배 환경을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농촌이 안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전 대표는 먼저 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유기농법 전문가, 환경제어기술 전문가 등을 만나 농사 환경에 맞는 제어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센서를 통해 온실 속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의 양과 암모니아, 칼륨, pH 농도 등 식물에 필요한 다량원소와 미량원소를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최적화된 생장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회사 이름도 지었다. 만나 CEA의 ‘만나’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로 ‘하늘에서 내린 음식’을 뜻하며, CEA는 환경제어농법(Controlled Environment Agriculture)의 약자다. 하늘에서 음식을 내려주듯 농업기술을 발전시켜 전 세계에 굶은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친환경 농업의 미래,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시스템 개발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특히 작물에 공급하는 유기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쉽지만, 그것은 만나 CEA가 지향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중 전태병 대표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을 알게 되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 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합성어로, 물고기를 키우면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친환경 농법을 말한다.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물고기가 수조 안에서 자라며 배설한다. 이 배설물은 미생물 발효를 거쳐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 형태로 공급한다. 영양분과 함께 공급한 물이 농장 바닥에 모이면, 이 물은 정수 필터를 거쳐 다시 수조 안으로 들어간다. 쉽게 말해, 작물 재배와 물고기 양식에 필요한 물을 계속 순환해 사용하는 것이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의 장점은 첫째, 물을 절약할 수 있다. 토양 재배의 경우 물을 뿌리면 그대로 땅에 스며들어 재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에서는 작물 재배와 물고기 양식에 사용한 물이 순환‧공급되기 때문에 물을 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만나 CEA는 2014년부터 10년간 농장을 운영하면서 물 한 방울 버린 적 없다. 또 자연 증발하는 만큼의 물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농가가 사용하는 물양의 5%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유기농법이다. 일반적인 수경재배는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그러나 만나 CEA에서는 농약과 합성 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물고기의 배설물에서 식물 배양액을 추출해 사용한다. 또 일반 수경재배 시 사용한 물은 화학비료가 녹아들어 재사용하기 어렵지만,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에서는 물속 유기물 농도를 모니터링해 정화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의 제어시스템으로 유기물 농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만나 CEA에서 재배되고 있는 딸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환경 및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제어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을 이용해 사계절 내내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 MANNA CEA

소비자도 농부다

환경제어시스템과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실제 농장 안에 구현할 계획을 세웠을 때, 전태병 대표는 충북 진천에서 유리온실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다. 젊은 농부의 새로운 꿈이 자라날 온실을 향해서 말이다.

만나 CEA의 제어시스템을 온실에 적용하자 작은 규모의 온실 속에서 많은 농산물이 생산됐다. 전태병 대표는 “이것이 만나 CEA가 제안하는 농법의 세 번째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만나 CEA에서는 기존 노지재배와 비교해 일반 작물은 120%, 특정 작물은 1,500% 이상 많은 양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자연재해, 병충해 위험도 없고요. 배양액, 온‧습도 제어시스템과 광연시스템을 활용해 일정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매년 일정한 생산량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기른 물고기는 추가 수익원이 됩니다.”

누군가는 “그 많은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하느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만나 CEA에서는 첫째, 체험농장을 운영한다. 일반 농가에서는 재배, 수확, 포장, 판매 등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나 CEA에서는 체험농장을 운영해 어린이들이 싱싱한 딸기를 직접 따먹도록 한다. 그럼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체험농장 운영 수입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둘째, 생산한 농산물을 샐러드로 만들어 친환경 패키지에 담아 판매한다. 만나 CEA 운영하는 뤁스퀘어에도 재료를 공급한다. 뤁스퀘어는 진천에 있는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으로 카페, 레스토랑 등 외식사업, 숙박업과 농업을 연결한 공간이다. 농업 교육도 이루어진다. 체험농장과 뤁스퀘어를 찾는 고객 수는 월평균 1만 명에 이른다.

팜스테이를 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을 비롯해 뤁스퀘어 내의 건축물들은 국제적인 건축 전람회 코리아 하우스 비전(Korea House Vision) 출품작이다. 하우스 비전은 집을 교통, 의료, 기술과 삶이 교차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담긴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미래 생활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2022년 한국 진천에서 열린 하우스 비전은 ‘농(農)’이라는 주제로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はらけんや, 原研哉, Hara Kenya)가 총괄하고 만나 CEA가 공동주최한 가운데 뤁스퀘어에서 열렸다. 농촌의 미래 주거 플랫폼을 우리는 여전히 뤁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

농업과 문화가 연결되는 공간인 뤁스퀘어 실내 모습. 농업과 기술,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실내 정원, 카페, 체험농장, 스테이, 스마트 팜 등 미래의 농촌을 볼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 김동규

친환경 산업이자 엔지니어링 산업인 농업

전태병 대표는 만나 CEA를 ‘농업인을 위한 농업 관련 시설과 보조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정의한다. 농산물이 아니라, 미래 농업인을 위한 기술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뤁스퀘어에서 농촌의 미래 가능성을 발견하길 바란다.

“귀농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서 또는 인력, 자본 문제 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농사 경험과 인력의 부족 문제는 환경제어시스템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판로 개척이 어렵다면, 사람들을 농장으로 끌어들이면 되고요. 자본이 없다면 농업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을 투자자로 모집해 공동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수익을 공유해도 됩니다. 생각을 바꾸면, 농촌 안에서도 얼마든지 문제점 대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가 만나 CEA를 통해 농업의 미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만나CEA가 구축한 기술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에 수출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오가닉 인증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 식물 공장 건립을 완성하고 추가 수주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전태병 대표의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저의 목표는 만나 CEA를 최고의 솔루션 회사로 만들고, 농업을 친환경 산업이자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도 농촌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기술을 혁신하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겠습니다.”

6,000년 전 농업혁명 발생 이래 인류는 농사를 짓고 살았다. 이제 만나 CEA로부터 새로운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모든 인류가 식량 걱정 없이 살게 되는 초록빛 혁명 말이다.

이성미(李成美, Lee Seongmi)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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